"中 관시만 믿다 사드사태…중장기 리스크관리 필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회장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 문화에 올인하는 대관업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서 보듯 대관 일방주의가 아니라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중국 규제 강화 시나리오와 리스크 관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했다.


링 진 컨트롤리스크스 수석컨설턴트는 '한국기업의 중국 대관업무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지 다국적기업의 대관업무 실패사례는 관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무 담당자가 관공서 공무원을 일대일로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업무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중국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대관업무는 점점 더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배경은 중국의 리더십 변화와 규제 환경 변화"라고 설명했다.

링 진 컨설턴트는 "중국 진출기업의 대관업무 방식이 '로비스트형'에서 '조언자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대관팀은 기존 로비스트 역할을 벗어나 정부 정책에 대해 조언하는 업계전문가 역할을 맡아 규제당국과 윈윈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 앤드류 길홈 컨트롤리스크스 수석이사는 '한중 관계와 중국 정책·규제 환경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중국의 사드 압박은 향후 2~3개월 혹은 그보다 길게 지속될 수 있다"며 "다만 중국의 대일 경제보복에 비춰볼 때 그 영향은 한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홈 수석이사는 "외교적 갈등에 따른 중국 현지 진출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은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현재의 외교적 문제와 상관없이 정책과 규제 리스크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즈니스 전략수립 초기단계부터 리스크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드러난 취약 부분에 대해 대관팀, 법무팀, 준법감시팀, 사업전략팀 등 관련 부서들이 통합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컨트롤리스크스의 마이클 힉먼 이사는 '신창타이'(新常態)로 대표되는 시진핑 정부의 특징과 규제 강화 추세를, 김준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국 투자·교역 분쟁의 효과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컨트롤리스크스는 정치·경제·보안리스크 컨설팅 기업으로 130개 국가에서 5000개 이상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