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재계 "中경제보복 중장기 대응 필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심화되는 가운데 재계에서 중국 주변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해 대중수출을 꾀하는 등 중장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 G2 사이에서 외줄타기가 불가피한 한국 외교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간 협상이나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 문화에만 매몰된 경영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3일 발표한 보고서 '대중국 해외직접투자의 목적 변화와 경제의존도에 대한 시사점'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정치 리스크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중국 주변국을 우회하는 대중수출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 주변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할 경우 투자대상국이 원산지로 표시돼 한중간 정치적 상황에 따른 외부효과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장용준 경희대 교수는 "최근 중국 정부가 산업구조 고도화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외국인직접투자를 선별적으로 허가하고 인건비를 올리고 있는 데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며 "중국 주변국 대부분이 초저임금국가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수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공적개발원조(ODA·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원조)와 연계한 제3국 우회 전략도 해법으로 제시했다. ODA를 통해 수출기반시설과 행정시스템 설립을 지원하면서 수출 지원을 병행하는 방안이다.

장 교수는 "중국 주변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개정할 때 관세 인하·규제 개선 등을 요구해 생산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제3국을 경유하는 해외직접투자는 2015년 기준 128건(전체 해외직접투자의 4.4%)으로 아직 낮은 편이다. 투자액도 56억달러로 전체의 20%가량에 그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개최한 '중국 규제 강화 시나리오와 리스크 관리 세미나'에선 중국의 사드 보복을 계기로 그동안 '관시'에 초점을 맞춰온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경제·보안리스크 컨설팅업체인 컨트롤리스크스의 링 진 수석컨설턴트는 "현지 다국적기업의 대관업무 실패사례는 관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리더십 변화와 규제 환경 변화로 최근 중국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대관업무는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회사 앤드류 길홈 컨트롤리스크스 수석이사는 "중국의 사드 압박은 향후 2~3개월 혹은 그보다 길게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사드 보복 같은 외교·정치적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전반적인 규제 강화로 리스크 관리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길홈 이사는 특히 "기업들은 외교 문제와 상관없이 정책과 규제 리스크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전략수립 단계부터 리스크를 평가하고 취약 부분에 대해 대관·법무·준법감시·사업전략팀 등 관련 부서가 통합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