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한은 "韓 금융시스템 안정…가계부채, 조선·해운 리스크↑"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지난해 12월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보고한 후 주요 보고 내용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모두발언에 나선 허진호 부총재보는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한 가운데 가계신용이 급증하고 취약업종 대기업의 잠재리스크가 상승한 영향으로 금융 리스크는 다소 증대됐다"며 "그럼에도 복원력과 대내외 충격 감내 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설명회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횟수를 연 12회에서 8회로 줄이는 대신 4회를 금융안정회의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이후 처음 열렸다.

설명회에는 허진호 부총재보, 신호순 금융안정국장, 최낙균 금융시스템분석부장, 황인선 자본시장부장, 변성식 안정총괄팀장, 서정민 국제총괄팀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23일 금융안정회의 설명회 일문일답.

-금통위를 줄이면서 금안회의가 추가됐으나 기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특히 3월 금리인상 이후의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금통위가 별도로 검토한 내용은 없나.
▶허진호 부총재보: 금안회의는 지난해까지 6, 12월에 금융안정보고서의 국회 제출을 위해 금통위에서 심의·의결하는 회의로 진행됐으나 올해부터는 중간점검 성격으로 3, 9월에도 하게 됐다. 그래서 기존처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며 지난 3개월 동안의 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만 회의 준비 기간 등의 사정으로 보고서에 최근 3월 중순 이후의 상황까지 다 포괄하지 못한 점은 있다.

-자료 내용 중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에 대한 평가가 없다. 현재 자영업자 대출 상황 어떻게 평가하나.
▶신호순 국장: 자영업자 중 부동산 임대업의 경우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고 소매·음식업은 소규모 영세 업체가 많아서 금리 상승시 일부 취약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허진호 부총재보: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자체는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시장 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까지 계속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원래 상환 능력이 취약한 소매·음식점업 차주 중심으로 상환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소매·음식점업은 그동안 생계 목적의 창업이 활발해 사업 규모가 영세하고 창·폐업이 빈번하다.

-상호금융 가계대출의 부실 위험은 어떻게 보나.
▶신호순 국장: 일반적으로 제2금융권, 비은행 차주는 은행권에 비해 신용도나 소득 수준에서 취약하다. 최근 상호금융 가계대출 증가하는데 금리상승 최근 많이 됐고, 취약 차주 중심으로 가계 채무상환 부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금융 팽창에 대한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과 실물경제 간 괴리에 어떻게 생각하나. 이를 금융리스크로 고려하고 있나.
▶신호순 국장: 최근 가계 신용과 기업 신용을 합친 전체 민간 신용을 GDP갭률 등 장기 추세치와 비교해보면 그 자체가 크게 괴리 되지 않는다. 다만 가계 신용의 증가세와 기업 신용의 증가세가 상반된 모습 보이면서 금융·신용 부분의 공급 방향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진호 부총재보: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괴리가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에 대해 집중 점검할 필요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

-미 금리인상 이후 열린 오늘 회의에서 국고채 금리 상승에 대한 언급이 있었나.
▶황인선 부장: 국내 장기 시장금리는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의한 영향을, 대내적으로는 우리 통화정책 기조나 채권 수급에 의한 영향을 받는다. 최근 대외적으로는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대내적으로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하향, 안정되고 있다. 이를 종합했을 때 장기 시장금리 방향성을 예단해 말씀드리기 어렵다. 한은도 향후 대내외 요인의 움직임에 따른 국내 장기 시장금리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한은은 480조, 금감원은 650조로 추정한다. 두 기관의 수치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두 기관간 공동 조사할 계획은 없나.
▶변성식 팀장: 금감원의 자영업자 대출 수치는 한은과 자영업자 분류 기준에서 차이가 있다. 한은은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차주 등 현 시점에서 자영업자로 식별할 수 있는 차주의 대출 통계를 집계했다. 금감원 발표 수치는 과거 자영업자였던 차주까지 포함, 자영업자의 범위를 확대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허진호 부총재보: 앞으로 통계 부분은 한은과 금감원의 범주가 가급적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쪽으로 협의해 갈 생각이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까지 줄여서 연 금안회의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검하고 논의했어야 한다고 본다. 관련 논의가 있었나.
▶허진호 부총재보: 오늘 회의는 통화정책방향과는 직접 관련 없고 결정에 있어서 유의해야 하는 금융안정상황을 중점 점검하는 회의였다. 가계부채 문제는 취약차주 리스크가 커졌으나 차주 분포, 금융기관 복원력 등을 종합 감안했을 때 당장 위기상황으로 갈 정도로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 저희의 평가다. 이 평가를 토대로 앞으로 실물 경제 변화, 대외 여건 변화를 종합 감안해 긴 시계에서 기준금리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 금리인상에도 신흥국인 우리나라의 자금유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환차익을 고려했을 때 자금유출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서정민 팀장: 신흥국 포함 우리나라의 자금 유출 압력이 크지 않은 것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면서 기초 경제여건이 양호하고 높은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도 좋다고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자금이 유입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와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의 시스템 리스크가 점점 은행, 금융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보나.
▶최낙균 부장: 금리와 관련해 보유 자산 등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 카드사, 증권회사, 보험사다. 보험사의 경우 보유 채권 평가 손실에 따른 전반적 자본 건전성 저하, 카드사는 신용 낮은 이용자 몰리는 카드론이 최근 많이 늘었다. 하지만 점검해보니 대다수는 문제가 없었고, 소규모는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크고 불안해지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상흑자가 7% 수준이다. 한은에서는 3~4% 까지 줄여나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환율 조작국 이슈와 더불어 만약 경상흑자가 줄어들면 건전성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가.
▶신호순 국장: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순외채 순자산 단기외채 비중 등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여타 신흥국보다는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이런 점을 기초로 미 금리인상 등 충격 발생했을대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복원력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