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이번 주말 '프리즌' 볼까, '보통사람' 볼까… 흥망포인트 비교

"사이코 패스 vs 보통 사람"

지난 23일 동시에 개봉했지만 장르는 전혀 다른 두 영화 '프리즌'과 '보통사람'. 주말에 극장을 찾아 '어느 영화를 볼까' 고민할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보고 온 꿀빵 기자들이 두 영화의 관람포인트를 짚어 봤다.



서민선 : '프리즌'은 '범죄의 종착지라고 생각되는 교도소가 실은 범죄의 시발점이라면?'이란 감독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범죄 액션 영화다.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등의 시나리오를 통해 충무로 이야기꾼으로 소문난 나현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제작 전부터 기대를 받았다. 거기에 한석규, 김래원 등의 캐스팅으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교도소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죄수 익호(한석규)가 다른 죄수들과 함께 교도소 안팎을 오가며 범죄를 저지르는데,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그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토리 전개의 일부는 개연성이 부족해 아쉬운 감도 있지만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명품 연기 덕분에 끝까지 몰입해서 봤다.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프리즌' 언론시사 및 간담회

이상봉 : '보통사람'은 '1987년 vs 2017년, 그 때도 지금도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사람'이란 소재로 "1987년과 2017년,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 관객들에게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가득했던 80년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30년이 지난 '현재'를 반추하게 한다.


주인공은 평범한 가장을 꿈꾸는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다. 성진이 검거한 용의자가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란 정황을 포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공작에 깊숙이 가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초중반부까지는 일반적인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후반 결말부로 갈수록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결말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꽤 있을 듯.

배우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왼쪽부터)이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보통사람'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민선 :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프리즌'에도 있다. 속이 빤히 보이는 나름의 반전(?)과 99% 예측 가능한 결말은 '오락 영화 한 편 즐겼네' 이상의 감흥을 주지 않는다. 초반에는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전략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 것처럼 보였으나 방대해 보이는 스케일과는 달리 '기승전액션'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된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나 영화 '쇼생크탈출' 같은 느낌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물론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있지만 '설정이 독특한 만큼 결말도 참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소재의 참신함도 늘 하나로 수렴하는 액션 영화의 전개 공식을 바꾸진 못한 것 같다.

이상봉 : '참신'하니 생각난 건데 '보통사람'의 결말도 시도는 매우 참신했다. 감독만의 철학이 잘 표현됐다. 특히 최근 관객들이 '촛불집회'와 이를 통한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기 때문에 결말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를 본 뒤의 왠지 모를 '뜨뜻미지근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지만...


서민선 : '보통사람'이 뜨뜻미지근하다고? '프리즌'은 너~무 시원하다. 부수고 또 부순다. 감독이 따로 '생존액션'이라 이름 붙이기까지 했단다. 최근 한국의 여러 상황 때문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주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강추한다.

단점도 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 특히 익호의 과거, 범죄를 통해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말 그대로 '이유 없는 악인'으로 밖에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참신한 소재에 개연성 없는 전개라고나 할까.

이상봉 : 반대로 '보통사람'의 규남은 '이유 있는 악인'이다. 규남은 서울대 법학과,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 엘리트 검사, 안기부 실세라는 '테크트리(tech tree)'를 탄 전형적인(그러나 진부한) 대한민국 엘리트다. 역시 빠지면 섭섭한 '냉혈함', '잔인함'까지 지니고 있다. "그게 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 아니겠어요?"라는, 어디서 많이 듣던 레퍼토리로 살인사건 조작까지 마다 않는 규남은 국가를 위한다는 나름의 철학과 소신,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규남을 보면 자연스럽게 현실 속 누군가가 떠오른다. 감독은 현실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이건 대놓고 '김기춘+우병우'다.


서민선 : 장혁이 연기하는 '김기춘+우병우'라니 기대가 된다. 근데 너무 잘생기게 그려준 것 아닌가. 반면 '프리즌'에서는 떠오르는 현실 인물이 따로 없다. 독특한 설정에 걸맞게 캐릭터의 개성도 강하다. 익호는 잔혹성의 끝을 보여준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잔인한 장면은 모두 그에게서 나온다. 가장 압권은 한 죄수의 눈알을 OOO으로 빼내려고 할 때이다. 영화를 보며 중간중간 눈을 가렸다. 청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석규 캐스팅은 정말 '신의 한 수'다. 그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악독한 카리스마'로 변신하는 게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익호 연기를 위해 걸음걸이와 새로운 발성 연습까지 했다는 후문.

이상봉 : 반대로 '보통사람'의 성진은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다. 강력계 형사라고 어설픈 정의감에 불타거나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오히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의 수술을 약속 받고 규남의 딜을 받아들인다. 뭐,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이 평범한 직업은 아니지만….

손현주의 연기 변신 역시 '보통사람'의 관람 포인트다. 손현주는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 등에 출연해 영화계 '스릴러 전문 배우'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를 연기해 관객들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아들이 친구들에게 다리 병신이라고 놀림 받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장면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다.


서민선 : 너무 익호 얘기만 한 것 같다. 김래원이 연기한 '유건'은 익호에 비해 조금 빤한 캐릭터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의감과 사명감에 똘똘 뭉친, 유능하지만 꼴통'이다. 김래원만이 가진 '유쾌함'이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를 '김래원화' 시켰다. 영화 내내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유일한 캐릭터다.

이상봉 : '보통사람'은 '2017년 촛불집회를 경험하고 난 후 아버지 세대의 민주화 혁명이 궁금해진 청년들'과 '2017년 촛불집회를 지켜보며 급 과거가 그리워진 중년들'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사실 이번 주말 잔잔한 감동과 오랜 울림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면 좋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