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광클…2030 쌈짓돈, 묻지마 P2P투자

#"유명 남성 아이돌 중국·동남아 투어 '팬미팅'에 투자하세요. 모집금액은 5억원. 수익률은 연 18%. 기간은 최대 4개월! 1만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투자금 상위 30명에겐 싸인 CD도 드려요. 아이돌이 누군지는 말씀 못 드려요. 원금은 다 끝나고 드릴게요."(P2P 대출업체 Z펀드 아이돌 팬미팅 자금펀딩)

#"홈쇼핑 좋아하시죠? 3대 홈쇼핑에서 '여성신발' 판매 수익금에 투자하세요. 3개월만 넣어두시면 연 15%로 돌려드립니다. 모집금액은 1억2000만원. 이달 말 방송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어떤 신발인지는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P2P 대출업체 P펀드 홈쇼핑 상품매출 담보채권)

#"3분도 안돼 마감됩니다. 경기도 내 신도시 오피스텔 신축자금에 10억원이 모이면 4개월 만에 연 13% 이자를 드립니다. 투자 시작 1시간 전까지 내용을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어서 접속해 클릭하세요!"(P2P 대출업체 T펀딩 오피스텔 신축자금.)

◇'블라인드·광클' 수억원 1~2분에 '마감'…묻지마 P2P투자
P2P(개인 간 거래)대출 투자자들의 '묻지마 펀딩'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누구나 소액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젊은층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확한 투자정보와 충분한 검토시간을 제공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P2P대출 투자는 10만~100만원 안팎의 금액으로도 앱(애플리케이션)·홈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해 5~10% 정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누적대출액은 6275억8197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정확한 상품내용을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장님) 투자'와 자료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소위 '광클(미친듯 클릭) 투자' 상품들이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정확한 상품을 모르고 앞다퉈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P2P업체는 대부업으로 분류되며 투자금은 예금자보호도 받지 못한다.

지난달 P2P대출 업체 Z펀드가 내놓은 아이돌 해외 팬미팅 투자자금은 해당 기획사와 연예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12일만에 5억원을 마련했다. 투자자는 139명. 1인당 평균투자금액은 약 360만원이다.

P펀드는 여성 신발의 홈쇼핑 매출을 담보로 1억2000만원을 마련했지만 업체와 상품을 밝히지 않았다. 대출을 받는 곳에서 P2P대출을 받는다는 점이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P2P투자를 위한 검토시간도 넉넉하진 않다. 특히 인기가 높은 일부 업체에선 상품을 내놓고 1~2분도 안돼 모집금액이 마감되기도 한다. 통상 수억원의 투자상품들도 10~20일 안팎이면 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P2P업계 "계약조건 때문에"…개선책 마련中
P2P투자 업체들은 계약 관계에 맞춰 대출상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당사자 요청에 따라 정확한 투자정보가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사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는 블라인드 투자는 일종의 기법이기도 하다.

P2P투자 A업체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간혹 밝히지 경우도 있다"며 "계약자와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블라인드 투자로 진행하기도 하는데 계약서에 따라 상환계획·재원 등의 검토는 철저히 마쳤다"고 말했다.

투자 검토시간이 짧은 데 대해서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게 P2P업계의 설명이다. P2P대출 B업체 관계자는 "며칠 전에 공개하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이 대부분 빠르게 투자하기를 원해 공개 시간을 단축했다"며 "이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내부적으로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행 P2P금융협회 회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상품을 미리 공지하도록 하고 있다. 블라인드 투자의 경우 이런 가이드를 어기는 경우"라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업계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