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펀드'에 거액자산가 뭉칫돈 몰린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 발행한 달러 표시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펀드가 미국의 금리 인상이란 악재 속에도 좋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안정적이면서 절대 금리 수준도 높은 편이어서 만기시 양호한 이자 수익을 거두자 거액자산가의 자금도 몰리고 있다.

2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22일 현재 공모펀드 기준)은 3.66%로 같은 기간 국내 채권펀드 수익률(0.94%) 대비 4배 가까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채권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펀드는 남미신흥국채권펀드로 1년 수익률이 무려 18.50%에 달하지만 3년 수익률이 -9.22%로 손실을 입는 등 널뛰기 성과를 보였다. 반면 주로 선진국 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펀드는 2년(6.12%), 3년(11.56%), 5년(21.84%) 등 매년 3~4% 안팎의 수익을 꾸준히 거두며 중장기적으로도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양호한 성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채권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1년간 9382억원 순증가했고 올 들어서도 2678억원 순유입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펀드 설정액이 7조9445억원 순감소했고 국내 채권펀드는 올 들어 1조3950억원 순감소하며 자금 이탈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세계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자1(채권)종류A'는 해당 클래스 설정액만 1조8393억원에 달하고 시리즈를 합치면 4조원을 웃돌아 공모형 채권펀드 중 초대형에 속한다. 이 펀드는 1년 수익률 3.56%, 3년 수익률 12.30% 등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삼성파이어니어스트래티직인컴자H'도 1년 수익률 5.46%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다만 글로벌 채권펀드도 운용 방식에 따라 성과가 엇갈렸다. '삼성달러표시단기채권자H[채권]_Cf' 1년 수익률은 1.22%로 금리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을 주로 편입한 탓에 상대적으로 성과가 떨어졌다.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글로벌채권펀드도 있다. '템플턴글로벌자(채권-재간접)클래스A'는 신흥국 채권을 포함해 전세계 글로벌 채권에 분산투자하며 1년 수익률이 9.27%에 달하지만 2년 수익률은 이보다 낮은 3.18%에 그쳐 변동성이 컸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채권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회사채는 만기 5년 안팎의 투자적격등급인 BBB- 이상으로 국내로 치면 AA-로 안정성이 높다"며 "또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중기채는 단기채와 달리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을 보이지 않아 앞으로도 연 3~4%대 수익을 꾸준히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산운용사가 기관투자자에게 인기를 끈 글로벌 채권펀드를 공모펀드로 선보이며 자금 모집에 나서고 있으나 일반 개인투자자보다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뭉칫돈을 넣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브라질 국채나 고위험·고수익인 하이일드채권처럼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경향이 강해 관심이 떨어지고 PB(프라이빗뱅킹) 고객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연금펀드처럼 장기를 목적으로 한 자금은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중장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글로벌 채권펀드 투자를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