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피려는 朴사저, 검찰조사 후 사흘째 평온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이곳에도 봄이 올까. 앙상하던 목련나무 가지마다 하얀 꽃망울이 맺혔다. 24일 낮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정원의 모습이다. 집 주변은 21~22일 검찰조사 이후 사흘째 평온하다.


이날 낮 1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부근은 조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집으로 돌아온 이튿날(13일)부터 매일 같이 담벼락 앞에 머무는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는 30여명만 눈에 띄었다. 이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거나 담장에 붙은 편지, 박 전 대통령 사진 등을 정리했다. 절을 하는 회원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사저로 돌아올 때나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떠나고 복귀할 때 100명 이상 지지자들이 모여 환호를 보낸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오후 2시 사저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열린 월드피스자유연합의 박 전 대통령 지지 기자회견도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를 촉구했다.

사저를 찾는 특별한 손님도 없다. 일상적으로 사저를 드나드는 사람들뿐이다. 오전 7시30분쯤 정송주·매주 미용사 자매가 들어갔다가 9시10분쯤 되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와 화장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14일(정매주씨는 15일부터)부터 22일을 제외하고 매일 사저를 방문했다.


오후 5시쯤에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사저를 찾았다. 이밖에도 경호인력, 집사, 가사도우미 등이 들락날락했다. 가사도우미는 이날 첫 출근을 했다.

취재진도 한창 때보다는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던 경찰과 교통정리 등을 돕던 강남구청 관계자들도 다소 긴장을 늦추고 관망하는 모양새다.

다만 오후 3시쯤에는 목사 김창호씨(53)가 나타나 "이제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소리치다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경찰은 1분 만에 김씨를 현장에서 격리 조치했다.

오후 5시30분쯤에는 검찰이 오후 4시40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을 시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이웃 주민들은 모처럼 동네가 조용해진 것에 대해 다행이라면서도 상황이 완전히 끝나기를 바라는 눈치다. 박모씨(34)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면 다시 시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모씨(60)는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시끄럽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자들이 길을 막는 것 역시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지나친 취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변 초등학교의 학부모는 "사람들이 몰려 아이들의 학업과 안전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싫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죄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