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월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 18.7조원" 공식 재수정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했던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에 혼선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관련 통계 수치를 다시 공식 수정했다. 한은이 통계오류 원인을 전면 재조사한 결과 이번 사건은 일부 저축은행이 한은 공식 통계 집계기준에 맞지 않는 자료를 제공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이에 대한 확인과 설명이 부족했던 책임이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4일 오후 상호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 수정 설명회에서 "저축은행중앙회를 방문해 개별 저축은행이 작성·보고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가계대출 실적을 다시 점검한 결과 1월 실적에 한은 통계작성 기준에 맞지 않은 일부 영리성 자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상호저축은행 가계대출의 1월말 잔액을 18조7456억원, 1월중 증가액은 4607억원으로 각각 수정됐다.

한은은 앞서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자료에서 저축은행 가계대출 1월말 잔액이 19조2624억원, 1월중 증가액은 9775억원이라고 밝혔다.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한은 발표 수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4시간 만에 실제 증가액은 5083억원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통계오류 문제가 불거지자 한은은 지난 14일 공식 기자브리핑을 열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금융통계부장 교체, 금융통계팀장 직위해제 등 담당자에 대한 강도 높은 문책 인사를 단행했다.

정 국장은 앞서 가계대출 통계 혼선이 발생한 경위에 대해 "한은은 가계에 대한 신용 공여 중 영리성이 있는 사업자금을 제외한 순수 가계자금을 대상으로 통계를 편제해오고 있다"며 "일부 저축은행에서 1월 보고서 제출시 일부 영리성 자금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영리성 자금'이란 주로 자영업자 대출을 의미한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기업대출(중소기업)로 분류한다.

다만 그는 통계 수치 확인과 관련해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한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저축은행으로부터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을 당일 유선으로 통보받은 후 보고서에 명쾌히 기준이 바뀌었다고 명시하거나 공표를 연기했어야 했는데 관련 설명이 미흡했던 것이 저희의 잘못"이라며 "앞으로 통계작성 유관기관과의 소통을 강화해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융감독원과의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 불일치 문제와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국가 공인 통계는 한은이 발표한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앞서 올해 1월말 가계대출 잔액이 19조2624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발표한 통계 수치와 비교해 5168억원 많은 수준이다.

정 국장은 이와 관련 "금감원은 별도 관리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 숫자가 맞았다, 틀렸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그동안 한은이 집계한 가계신용 통계는 자영업자가 아닌 순수 가계대출만 집계한 것으로 그 기준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미국 등 주요국 가계대출 통계도 한은 기준대로 '순수 가계대출'만 포함시킨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기관별로 공표된 수치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가계대출 관련 공식 통계는 한은이 발표한 숫자가 맞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