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폭력 남편이 먼저 시작"…경찰신고 1.7% 그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부부폭력의 48.4%가 주로 남성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폭력 발생률은 3년 전 조사 당시와 비교해 크게 줄었으나 부부폭력 피해자 중 경찰에 신고한 비율이 1.7%에 그쳐 여전히 공적지원 체계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여성가족부는 이같은 내용의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하는 국가통계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돼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9월22일부터 12월8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배우자가 있는 성인 중 지난 1년간 신체적·정서적·경제적·성적 폭력을 포함한 부부폭력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의 경우 12.1%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 결과 29.8%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정서적 폭력을 겪었다는 응답이 10.5%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폭력 3.3% △경제적 폭력 2.4% △성적 폭력 2.3% 순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폭력은 욕설이나 위협을 하거나 물건을 부수는 경우를, 경제적 폭력은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 성적 폭력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남성의 부부폭력 피해율은 8.6%로 조사됐다. 역시 2013년 조사(27.3%) 결과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 7.7% △신체적 폭력 1.6% △경제적 폭력 0.8% △성적 폭력 0.3% 순으로 집계됐다.

폭력 발생 이후 도움 요청 경험/자료=여성가족부

부부폭력의 절반 가까이는 남편이 먼저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상 남편이 먼저 폭력을 시작했다는 응답은 12%, 주로 남편이 먼저 시작한다는 응답은 36.4%로 절반 가까운 48.4%가 남편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항상 아내가 시작한다는 응답은 3%, 주로 아내가 시작한다는 응답은 12.8%에 그쳤다.

부부간 폭력이 첫 발생한 시기는 남녀 모두 '결혼 후 5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50%를 넘었다. 여성의 경우 62.3%가, 남성의 경우 50.4%가 결혼 후 5년 미만내에 부부폭력이 처음 발생했다고 답했다.

부부폭력이 발생할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더 크게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폭력 피해자 중 여성의 20%, 남성의 6.3%가 부부폭력 결과 신체적 상처가 있었다고 답했다. 여성의 43.4%, 남성의 18.9%는 정신적 고통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3년 전과 비교해 부부폭력 피해율은 줄었지만 부부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여전히 부족했다. 부부폭력을 경험한 응답자 중 66.6%가 폭력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냥 있었다'고 답했다. △자리를 피하거나 집 밖으로 도망(24.1%) △함께 폭력 행사(8.1%) △주위에 도움 요청(1.0%)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율은 적었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답변이 1.7%에 그치는 등 공적 지원체계 이용률이 저조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이나 가정폭력상담소 및 보호시설/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답변도 각각 0.6%에 불과했다. 대신 가족이나 친척(12.1%), 이웃이나 친구(10.3%) 등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41.2%) △집안 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29.6%)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14.8%)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만 18세 미만 자녀를 둔 응답자 중 지난 1년동안 자녀를 학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6%로 역시 2013년 조사 결과(46.1%)와 비교해 감소했다. 만 65세 이상 응답자가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경험한 비율은 7.3%로 조사됐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가정폭력 발생 시 경찰 등 공적 지원체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이 낮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신고를 활성화하고 피해자 지원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폭력허용적 문화 개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가정폭력 예방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