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우병우 강제 수사 시작…靑 압수수색

지난 12일 오후 청와대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검찰이 24일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대신 민원인 안내시설인 연풍문에서 청와대의 협조를 받아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강제 수사 차원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청와대 경내 민정수석실과 민정수석비서관실,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내 특별감찰관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청와대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군사·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검찰이 청와대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까지 포함하면 모두 네 차례다.

그러나 청와대는 번번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허락하지 않았다. 해당 법 110조와 111조에선 '군사상·공무상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장소에 대해선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과 마찬가지로 청와대의 협조를 받아 임의제출 형태로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 특정 자료를 요구했고, 협조에 따라 제출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이날 오후 4시40분쯤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사무실에 진입했고, 협의를 거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국정 농단을 방조·비호하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의 내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우 전 수석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가족회사 '정강' 자금을 유용하고 부당한 자문료를 챙겼다는 의혹, 세월호 사건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의 경우 관련 법을 제정·개정하지 않는 한 청와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데 검찰이 이날 또다시 시도에 나서면서 '수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를 수사하면서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수사팀을 해체하는 등 '봐주기 논란'에 시달렸다.

한편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 강제 수사를 시도하면서 보강 수사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그런 차원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