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 완료' 세월호, 유가족들 "3년 걸린 일, 3일만"

25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가 선적돼 있다./사진=뉴스1

"참 허무해. 사흘 만에 끝날 일이 3년이나 걸렸어…"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된 25일 새벽.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쁨과 안도보다는 허무함을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는 "인양 작업이 거의 3일 만에 마무리 된 거 아녜요. 참 나쁜 사람들…"이라며 속상한 심정을 내비쳤다.

"사흘이면 될 걸 3년을 끌었어. 허허"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세월호 유가족들 5~6명은 전날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산 중턱에 있는 일명 '감시초소'에서 밤을 지샜다. 밤새 바닷바람을 온풍기 한 대로 막으며 버텼다.


감시초소는 정부가 세월호 인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가족과 상의 없이 진행한다고 판단해 직접 보겠다고 마련한 곳이다. 2015년 8월 돔 두채와 텐트 한채를 세웠다.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올리던 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걱정이 됐다. 하늘과 바다에 '제발 하루만 더 버텨달라' 기도했다.

25일 이른 아침,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됐다는 소식에 동거차도 마을로 내려갔다. 유가족 5~6명은 오전 6시30분 '진실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세월호가 정말 잘 옮겨졌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다. '진실호'는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해역을 직접 보기 위해 마련한 배다.

"우리가 봐야 뭘 알겠나 싶지만, 그래도 잘 옮겨진 것 같다"고 전씨는 말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목포항에 도착할 때까지 안심하지 못했다. 김씨는 "항구까지 세월호를 옮겨서 잘 안착시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감시초소에서 카메라로 인양 작업을 기록하는 일은 이날도 계속됐다. 망원 렌즈를 낀 카메라는 왼쪽으로 한껏 방향을 틀었다. 동거차도에서 봤을 때 가운데 있던 세월호가 반잠수선 쪽으로 이동된 방향이다.

유가족들은 이제 세월호를 맞을 준비에 나섰다. 일부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동거차도에서 나가 경기도 안산 집에 들렀다 다시 목포항으로 내려올 계획이다.

미수습자 가족들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뭍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12시10분쯤 팽목항에 도착했다. 미수습자 가족 10여명은 22일 오전 세월호의 시험인양이 시작될 때부터 어업지도선 '무궁화 2호'에 탑승해 인근 해상에서 작업을 지켜봤다.

배에서 3박4일을 지낸 가족들은 인양 상항에 따라 하루에도 몇번씩 울고 웃었다. 25일 밤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되자 서로를 안으며 기뻐했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40분 갑판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들은 감사의 말부터 전했다.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그동안 함께 했던 국민 여러분, 세월호 가족 여러분, 기자들 모두 감사하다. 이제 팽목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인양은 배가 뭍으로 올라오는 것뿐 아니라 모든 미수습자를 찾아서 4월17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라며 "9명의 미수습자들에게 '실종자'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도록 세월호 수색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3년째 2014년 4월16일(세월호 참사 당일)에 머물러 있는 가족들이 이제는 아이를 찾고 그 다음날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의미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25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 떠 있는 어업지도선에서 세월호 미수습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