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 안진, 더 커진 1600억대 손배소 위협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12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딜로이트안진이 거액의 손해배상 위기에 내몰렸다. 주주들의 손배소 규모가 16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안진에 대해 "조직적 묵인·방조"를 인정한 만큼 연대책임의 타격이 더 커질 것이란 평가다.

26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안진 등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 소송가액은 총 15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기관투자자의 소송가액은 870억원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489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으며, 사학연금·공무원연금·우정사업본부 등의 소송도 뒤따랐다. 개인투자자도 한누리·정진·한결 등의 법무법인을 통해 총 1200여명이 집단소송에 참여, 소송가액만 약 7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에서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다툼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과 안진의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 각각 과징금과 업무정지 등의 제재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진은 대우조선 등과 함께 배상의 연대 책임을 지게 된다.

주주들의 손해액 산정은 쟁점으로 남아 있지만, 소송가액이 워낙 큰 탓에 피고측(대우조선·안진 등)에 유리하게 조정이 된다 해도 적게는 수백억원대 많게는 1000억원 안팎의 엄청난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판부는 분식회계에 가담한 피고측의 주주 손실에 대한 관여도를 판단, 배상책임 규모를 정하게 되는데 안진의 책임이 얼마나 될지도 관심사다. 분식회계의 '원죄'를 저지른 대우조선의 책임이 크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지만, 금융당국이 안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탓에 역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4일 업무정지 제재의 배경으로 "안진의 대우조선 감사팀 담당 파트너, 부대표가 분식회계를 알고서도 묵인해 감사인 기본 책무를 저버렸고, 안진 품질관리실도 대우조선 감사팀의 분식회계 묵인을 방조하는 등 부실감사가 장기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담당 회계사는 물론 안진의 조직적인 책임을 언급한 대목이다.

이와 더불어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원, 거짓자료 제출에 대한 과태료 2000만원은 이미 확정된 부담이다.

반면 안진의 손해배상 여력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말 공시된 안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손해배상준비금 약 281억원과 손해배상공동기금 약 8억원이 마련돼 있다. 또 작년 6월부터 연간 24억8400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전문가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했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정지 조치로 향후 12개월간 상장사와 비상장 금융회사, 증선위 지정감사 법인 등에 대한 신규 감사업무가 금지된데다 회계법인의 최대 자산인 신뢰도가 떨어져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의 감사부문 실적이 떨어지는 것보다 거액의 손해배상이 안진에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