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동력' 잃은 트럼프, 세제 개혁·멕시코장벽에도 '빨간불'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케어 철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이었던 '오바마케어 폐지'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인 세금 개혁과 멕시코장벽 건설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공화당은 세금 개혁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지만, 오바마케어가 존속되면서 정부 지출을 줄일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멕시코장벽 건설에는 야당인 민주당이 '셧다운(정부 부분 폐쇄)'까지 감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BBC 등 주요 외신은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려던 트럼프케어가 의회의 벽에 부딪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중심 축이 세제 개혁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케어는 이날 의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지만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표결이 철회됐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던 공화당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세금 개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 의장과 함께 세금 개혁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브래디 위원장은 공화당이 올 봄 세금 개혁을 논의한 뒤 오는 7월 말 의회가 휴회하기 전에 입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법인세를 기존 35%에서 20%로 낮추고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의 해외이익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반면, 수입품에는 높은 세금을 매기는 국경세를 신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이언 하원 의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표결 철회로 세제 개혁이 더 어려워졌지만 우리는 세제 개혁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세제개혁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금 개혁은 헬스케어 개혁보다 "더 단순하게" 여러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세법을 재구성할 수 있다"며 "이것은 (경제에) 매우 매우 강력한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적인 세금 개혁은 그러나 너무 복잡한 탓에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래 성공한 적이 없다.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세금안도 옷, 가전 등 수입품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오바마케어 폐지가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줄이지 않은 채 세금을 먼저 줄이면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멕시코 장벽 건설에 미국 정부 예산이 투입될 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장벽 건설 비용으로 내년에 41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미국 국경세관보호국과 국토안보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29일까지 장벽 건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으로부터 제안서를 받는다. 양국 간 3200㎞의 국경을 따라 건설되는 지상 9.14m 높이의 장벽 건설에 약 700개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공화당이 정부의 필수 예산에 '멕시코 장벽' 설립 비용을 포함시킨다면 정부를 셧다운 시키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필수예산안이 오는 28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할 수 있다. 과거 공화당은 2013년 오바마케어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새해 예산안 처리를 무산시켜 연방정부를 셧다운시킨 바 있다.

폭스 뉴스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케어 철회로) 그의 신뢰도는 누더기가 됐다"며 "(정책) 낙관론으로 주식 시장은 상승했고, 투자 계획은 급진전됐는데 (난항이 이어지면) 이것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