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P-플랜 시 손해'…산은, 국민연금 설득 나선다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 구조조정의 캐스팅보트가 된 국민연금을 설득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 KDB산업은행(산은)이 나선다. 국민연금은 경제적 합리성만 따지면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 대신 자율적 구조조정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책임회피’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에도 대우조선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27일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산은과 국민연금이 아직 직접 접촉을 한 단계는 아니고 산은 측에서 정확한 사실관계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를 제공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하면 국민연금도 경제적 합리성 측면에서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으로 가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은과 대우조선은 현재 각 사채권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안을 설명 중이다. 국민연금을 대상으로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이달 중으로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대우조선 회사채 처리 방안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는 약 3800억원으로 전체 채무조정 대상 회사채 1조3500억원의 30%다. 국민연금이 찬성해야 시중은행과 사채권자의 채무조정을 전제로 국책은행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조정안이 진행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P-플랜 대신 자율적 구조조정을 택하리란 전망의 근거는 부결시 국민연금이 입을 피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다음달 17~18일 예정된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부결되면 대우조선은 곧바로 P-플랜에 돌입한다. 법정관리에 준하는 P-플랜에 들어가면 채권자별 같은 비율로 출자전환이 이뤄져 국민연금은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보다 더 많은 채권을 출자전환해야 한다.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회사채 채권자들은 50%만을 출자전환하면 된다. 국책은행(100%), 시중은행(80%)보다 낮은 비율이다. 그러나 P-플랜 하에서는 모든 무담보 채권자가 100%에 육박하는 출자전환을 하게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의 장기 현금흐름 전망을 기반으로 변제계획을 짜게 되는데 대우조선은 현금흐름 발생이 어려워 채권자들이 건질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게다가 P-플랜 신청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사채권자집회 부결 자체가 '연체'로 간주돼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되면서 발주처가 발주를 취소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 사채권자 입장에서도 채권회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대우조선 수주 잔량 114척 가운데 발주처가 선박건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빌더스 디폴트'(Builder's Default) 조항이 들어있는 배가 96척이며 이중 발주 취소가 유력한 선박이 약 40척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검찰이나 감사원 등으로부터의 처벌 등을 우려해 국민연금이 '아무 것도 의사결정하지 않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사채권자집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기권해도 사채권자집회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면 자율적 구조조정안에 동의하는 게 당연하고 오히려 같은 무담보 채권자임에도 상대적 이익을 부여받는 안을 반대하는 것 자체가 배임"이라며 "그러나 의사결정자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