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라크서 오폭으로 민간인 최소 200명 사망…"경위 조사중"

지난 4일(현지시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모술에서 한 남성이 딸 아이를 안고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장악 지역에서 이라크군을 향해 걸어가며 울부짖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군이 이라크 모술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을 공격하려다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라크 모술은 IS의 주요 근거지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군이 이끄는 국제 동맹군은 지난 17일 아라크 모술에서 공습을 단행했다. 공습은 이라크 보안군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IS 전투원들과 장비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 서부 지역 탈환을 위해 진군했으나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발견했고 이는 국제 동맹군의 공습 때문으로 판단됐다. 국제 동맹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민간인 사상자 지역과 공습 지역이 일치한다고 인정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건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공습이 폭발물을 실은 IS의 트럭을 폭파시켰고, 트럭이 폭발하면서 주변 건물이 붕괴돼 다수의 민간인이 일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자 숫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라크 언론은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200명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라크 민방위는 구조팀이 무너진 빌딩에서 40구의 시체를 발견했으며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민간인 사상자를 낸 미국 공습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도 이를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살림 알주부리 이라크 의회 대변인은 "모술 서부에서 일어난 사태는 매우 심각하며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라크군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UN의 이라크 인도주의 담당관 리즈 그란데도 성명을 통해 "모든 갈등의 당사자들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투원들은 사람을 방패로 삼을 수 없으며 무차별 공습으로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군은 성명에서 "우리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며, 때문에 IS를 축출하려는 이라크를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군은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시민 피해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라크 파트너로써의 약속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UN은 성명을 내고 "시민의 희생을 피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S가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전략을 펼치면서 접전지역인 모술에서는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감시단체 이라크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작한 서 모술 전투로 민간인 38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라크군이 1월에 탈환한 모술 동부 지역에서도 수개월 지속한 전투에 2190명이나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