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여파 '옥석' 가리는 투자자들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머니투데이 DB.

부동산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40대 투자자 A씨는 최근 서울 강북 도심과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을 대부분 처분했다. 꼬박꼬박 월세수익을 안겨주는 ‘알짜’ 수익형 부동산은 두고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 물건은 미련없이 정리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A씨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똑똑한’ 물건만 빼고 모두 정리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동산 하강기에 거품이 빠지면 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자 B씨는 서울과 신도시 아파트에 집중투자해 최근 2년간 재테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정부의 ‘11·3 부동산대책’ 이후 시장이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투자물건을 처분할 생각이 없다. B씨는 “경제에 큰 충격이 오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현금화해도 어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지 않냐”고 말했다.
　
26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국내 금리상승과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산가와 부동산투자자들은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조정, 현금을 확보하는 쪽과 기존 자산을 유지하는 쪽으로 대응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우선 ‘알짜’만 남기고 부동산을 정리하는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국내 부동산시장의 ‘투자심리’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부동산 장이 상승세를 이어간 과거와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고 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예전처럼 금리상승보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훨씬 높은 고성장기가 아니다”라며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과거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금리 수준도 더 높았지만 심리적 압박이 덜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느리지만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 국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자부담이 커져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저성장과 공급과잉,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도 악재다. 때문에 오를 만큼 오른 부동산을 현금화해 가격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진 이후 다시 투자할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반면 현재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하는 투자자도 적잖다. 미국 금리인상은 이미 예고됐고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가파른 수준도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또 부동산시장을 대체할 다른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지난해 말부터 예고된 데다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 중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좀 오른다 하더라도 수익형 부동산과 정기예금 간의 차이가 워낙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현재 부동산을 가져간다는 고객이 많다”며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과도한 수준이란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든, 유지하든 투자자들이 추가로 투자에 나서는 데는 매우 신중해졌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박 위원은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이제는 강남이든 어디든 수익성과 투자가치를 꼼꼼히 따져서 확신이 들어야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