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달러대로 떨어진 유가…감산합의 연장 논의에 "실효성 의문"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연장할 태세다. 국제유가가 오는 6월 감산 시한을 앞두고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공급과잉 탓에 즉각적인 감산 합의 연장 없이는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감산 합의 연장 여부를 떠나 기존 합의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쿠웨이트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요 산유국 대표들이 감산 합의 연장 여부를 재검토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날 회의엔 감산 합의 감시위원회 소속인 쿠웨이트, 알제리, 베네수엘라, 러시아, 오만 외에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가 참석했다.

회의 분위기로는 감산 합의가 연장될 공산이 커 보인다. 블룸버그는 참석국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6개국이 합의 연장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쿠웨이트는 구체적으로 합의를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감산 합의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4월 전에는 어떤 약속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시장 상황과 재고 현황, 감산 합의에서 빠진 미국 등 다른 주요 산유국의 움직임을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13명의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이들은 모두 재고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OPEC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원유재고는 5년 평균치를 2억8200만배럴 웃돌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도 최근 한 회견에서 원유재고가 5년 평균치를 계속 웃돌면 감산 합의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그래프=블룸버그

OPEC은 지난해 11월 말 올해 1~6월에 하루 120만배럴 규모의 산유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등 11개 비 OPEC 산유국도 뒤따라 하루 55만8000배럴의 감산을 결의했다. 덕분에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올 1월 초 배럴당 58달러 선까지 20% 넘게 반등했다. 그러나 최근엔 감산 합의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50달러 선이 무너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월 초 배럴당 56달러에 달했던 게 47달러선까지 후퇴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감산 합의 감시위원회 위원장인 이삼 알마르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이날 "OPEC이 하루 120만배럴 감산 합의를 매우 심각하게 지켜야 한다"며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WSJ는 OPEC의 감산 합의 이행률이 94%에 이르지만 주요국의 이행 수준은 낮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이행률이 각각 60%,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날 감시위원회의 성명 문구가 후퇴하면서 주요 산유국의 감산 의지는 또다시 의심을 사게 됐다. 당초 성명 초안에는 다음달에 감산 합의 6개월 연장 여부를 권고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지만 최종본에서는 이 문구가 빠졌다. 위원회는 대신 다음달 권고안을 내기 전에 심사숙고하겠다고만 했다. 감산 합의 연장 여부는 오는 5월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정된 OPEC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증산 움직임 역시 원유시장에서 투매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셰일업계가 유가 반등에 힘입어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내 시추설비는 최근 18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자국 산유량이 올해 하루 30만배럴 늘어난 920만배럴에 달하고 내년에도 하루 50만배럴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증산은 사우디와 러시아 등 경쟁국의 감산 의지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