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 "보완책 없는 근로시간 단축 결사 반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의 현행 주68시간 근무를 최대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7.3.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소기업계가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안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즉각 중단하라며 국회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긴급기자회견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안은 뿌리산업 등이 고사 위기에 내몰릴 정도의 심각한 사안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완책 없이 경영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 무시한 포퓰리즘…근로기준법 개정안 반대=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주 7일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재논의한다.

앞서 소위는 지난 20일 토·일요일을 포함한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하는 법문을 명시해 주 근로시간의 허용치를 52시간으로 못 박는 법안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현재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의 일주일을 5일로 유권해석해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중소기업계 현실을 전혀 모르는 포퓰리즘적 정치 행보라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개정안은 중소기업 현실과 맞지 않다"며 "국회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잡쉐어링'과 고용창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중소기업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열처리는 공정 특성상 1일 2교대,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는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3교대로 바꿔야 한다"며 "지금도 일 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데 50명 이상 고용하려면 회사 문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무경 한국여성기업연합회장도 "우리 회사의 경우 주당 52시간으로 계산해보면 근로자들의 수당이 월 60만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월급이 줄어드는 건 근로자들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감축 '로드맵' 합의해야…"충격 완화 보완책 필요"=중소기업계는 국회의 근로시간 단축안은 지난 2015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안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부터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시작한 이래 3차례 타협에 실패하다 2014년 12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혁 특위가 출범했다.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가 120여 차례 협의해 도출한 것이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선거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노사정의 논의 결과를 무시한 채 모든 기업에 주당 근로시간을 16시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중기소기업계는 아무런 보완책 없이 근로시간만 갑자기 줄이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만성 구인난을 겪고 있는 영세한 중소기업은 고사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 유예기간 확대(근로자 수에 따른 4단계 세분화 연장) △노사합의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상시허용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파견규제 완화·해고 완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휴일에 초과근로를 할 경우 100% 중복할증을 하는 방안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의 중인 중복할증률 100%를 적용하면 중소기업들은 연간 1조2585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국회가 성급히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포퓰리즘 때문이다"며 "기업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권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