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대연정'?…공화당에 뿔난 트럼프, 민주당에 구애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그는 당파적인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프리버스 실장은 "이젠 우리가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몇몇 온건한 민주당 인사도 차에 태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백악관이 트럼프케어 법안이 좌초된 국면에서 민주당에 문을 연 것이라고 프리버스의 발언을 풀이했다. 트럼프행정부가 공화당의 분열로 주요 정책 입안에 제동이 걸리자 민주당 온건파와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케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을 폐기하는 대체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 무력화에 나선 데 이어 트럼프케어를 '1호 입법'으로 냈다. 그러나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법안은 지난 24일 하원 표결에도 오르지 못하고 철회됐다.

이번 사태로 트럼프는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당초에는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한 것이 트럼프에게 순풍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과 달리 공화당에서는 강경파가 사사건건 트럼프의 발목을 잡았다.


공화당의 하원 강경 보수세력인 프리덤코커스는 트럼프케어가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무력화한 게 아니라며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는 '트럼프케어'에 제동을 건 공화당 강경파를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프리덤코커스가 성장클럽, 헤리티지와 함께 가족계획연맹(낙태옹호단체)과 오바마케어를 살려내 민주당이 웃고 있다"고 썼다.

WSJ는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대를 더 확대하지 않으면 공약을 입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새 트럼프케어 법안을 놓고 민주당과 연대할 생각이 있음을 재차 밝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달 초에도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약값 인하 방안을 논의했고 대규모 기반시설투자 등과 관련해서도 민주당과 얘기를 나눴다.

트럼프가 실제로 민주당과 '대연정'을 추진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전날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민주당의 '광대 우두머리'(head clown)라고 비난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국 반전을 꾀하기 위해 감세를 위한 세제개편 카드를 놓고 민주당과 손 잡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봤다. 트럼프가 중산층 감세로 세제개편의 방점을 찍으면 민주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부자들을 위한 상속세 폐지 공약 등을 고수하면 민주당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주당의 반응이 여전히 싸늘하다고 지적했다. 슈머 대표는 ABC방송에 나와 트럼프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안과 세제개혁안이 부자들의 특수이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그(트럼프)와 협력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혁에서도 트럼프케어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인 37%까지 떨어졌지만 그의 정치적 도전이 더 쉬워질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