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구속영장 청구, 朴 자택 '적막한 긴장감' 최고조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친박(친박근혜) 성향 지지자들이 모여있다./ 사진제공=뉴스1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로 돌발사태에 대비 중이다./ 사진제공=뉴스1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27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한때 지지자들이 모여들며 긴장감이 고조됐고 자택을 휩싼 침울한 분위기는 깊어졌다.

이날 오전 11시30분 '구속영장 청구' 속보가 전해지자 자택 주변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웅성거렸다. 대체로 '올 게 왔다'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실제로 영장 청구가 결정되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조용하던 분위기는 금세 어수선해졌다. 지지자들은 서로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며 한숨을 쉬는가 하면 몇몇은 발을 동동 구르고 또 일부는 침통한 얼굴로 멍하니 자택을 바라봤다.

오전 내내 5~6명에 불과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늘어났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낮 12시30분쯤 온라인 카페에 '삼성동 사저 집결'을 촉구하는 공지까지 띄웠다.

오후 들어 지지자 수는 200여명(경찰 추산)으로 급격히 불어 자택 앞 골목을 가득 메웠다. 태극기가 휘날렸고 구속 수사에 반대하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박 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며 면담을 요청하는 지지자도 이따금 찾아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택 주변으로 6개 중대 480여명을 배치했다. 구속영장 청구 전에 투입한 경력에 비해 2배로 늘린 규모다. 경계태세가 강화되면서 현장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운집한 지지자들로 자택 일대는 한때 소란스러웠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질서유지를 요구하는 경찰과 마찰도 빚었다. 그때마다 경찰은 "시끄럽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소음과 충돌 자제를 부탁했다.

고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탄핵무효' '구속반대' 구호나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욕설이 한 번씩 들렸지만 곧 줄어들었다. 침울한 기운이 격렬한 분노를 덮어버리는 모양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뇌물수수 등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

구속영장 청구로 고조된 자택 인근 긴장감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30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왕래가 잦겠고 지지자나 반(反)지지자의 돌발행동 우려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과도한 소음이나 공무집행방해 등 위법 행위에 엄중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