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처벌요청서에 동료 교수 서명 강요는 '인권침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제주한라대학교 교수협의회가 지난해 7월6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호텔학교 복수학위과정 부정의혹과 관련해 총장의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2016.07.06/뉴스1 © News1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의 비리 의혹을 언론을 통해 폭로한 교수들에 대해 처벌이 필요하다는 요청서를 만들어 동료 교수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행위는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제주한라대학교의 김성훈 총장에게 유사한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학교법인 이사장에게도 총장과 보직교수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에게 향후 유사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앞서 한라대학교 교수협의회는 학교의 사학 비리 등의 의혹을 지적하고 이를 기자회견과 언론사 제보를 통해 외부에 공표했다.

그러자 대학은 교내 교수협이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고 학교 구성원들의 이익을 침해한 것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요구된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만들었고 교수들에게 이 요청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요청서는 자신이 지시한 사항이 아니며 각 학부장들이 재량적으로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그 결과 전체 교수 160명 가운데 120여명의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이 서명 과정에서 학교의 보직교수들이 교수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4월 학교 행정보직자 주간회의가 끝난 후 비공식 회의에서 요청서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학부장 교수들이 1대1로 교수들을 마나 요청서에 서명을 받아 기획처로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A교수는 인권위에 학부장이 요청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해 '양심적으로 못하겠다'고 거부했으나 서명을 하지 않을 경우 교수업적평가 중 총장 종합평가점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재임용되지 않을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서명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B교수도 교수협 교수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라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어 서명을 망설였으나 학부장이 보는 앞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었고 신분상 불안을 느껴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인권위에 밝혔다.

인권위는 "대학의 보직교수 등이 주도해 요청서 문안을 만들고 직접 교수들을 대면해 서명을 받는 경우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김 총장은 본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행정보직자 주간회의를 주관해 요청서 등의 결과를 최종적으로 보고받는 위치에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요청서 작성과 서명 방식의 최종적인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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