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비빔면 잡자" 더 빨라진 여름 국물없는 라면 경쟁

여름철 비빔면 성수기를 앞두고 국물없는 라면 출시 경쟁이 뜨겁다. 여름철 장사가 1년 실적을 좌우하는 팔도는 물론 다른 업체들도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이마트 (60,500원 ▼700 -1.14%)에 따르면 지난 2월1일부터 3월26일까지 약 두 달간 비빔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뛰었다. 이마트 측은 매출 증가요인으로 신제품 출시 효과를 꼽았다.

비빔라면의 전통적인 성수기는 6~8월 여름철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 여파로 날씨가 일찌감치 따뜻해지면서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도 앞당겨졌다. 지난 2월부터 여름을 겨냥한 비빔면이나 볶음면 등 국물없는 라면 신제품이 쏟아졌고, 이로 인해 매출도 오르고 있다.

때이른 여름 라면 경쟁 포문은 팔도가 열었다. 팔도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팔도비빔면 1.2'한정판을 올 2월 리뉴얼해 선보였다. 전년대비 한 달여 빠르다.

팔도비빔면 1.2는 면과 액상스프의 양을 각각 20%씩 늘린 제품이다. 1개 먹자니 아쉽고 2개는 배부르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 인기를 끌었다. 올해 내놓은 한정판은 비빔장 속 고추장을 순창고추장으로 바꾸고, 참기름 양을 늘려 고소한 맛을 더욱 강화했다.


팔도는 이달 초 '팔도 초계비빔면'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여름철 인기인 '초계국수'를 비빔면으로 변형한 제품이다. 팔도는 2가지 신제품을 통해 올해 비빔면 1억개 판매를 기대한다. 지난해 팔도비빔면 1.2 흥행으로 팔도비빔면 총 판매량은 지난해 9000만개에 달했고 매출액은 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신장됐다. 덕분에 팔도의 지난해 연간 라면시장 점유율도 8.7%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여름에 유독 강한 팔도를 제치려는 농심 (373,500원 ▼6,500 -1.71%)과 오뚜기 (395,500원 ▲3,500 +0.89%), 삼양식품 (271,000원 ▲2,500 +0.93%)의 경쟁도 뜨겁다.
농심은 업계 1위지만 사계절 중 유독 여름만큼은 팔도를 이기지 못하는 2인자 신세다. 특히 지난해 연간 시장점유율이 전년대비 3.7%포인트 하락한 53.9%로, 2위 오뚜기(23.2%)와의 격차가 더욱 줄어든 상태여서 여름 시장을 놓치기 어렵다. 이에 팔도비빔면과 직접 대결을 피해 건면(드레싱누들), 볶음면(볶음너구리) 등 다른 카테고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농심이 2월말 선보인 '볶음너구리'는 35년 스테디셀러 '너구리'의 국물없는 라면 버전이다. 약 한달만에 출고가 기준 매출이 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기제품인 '보글보글부대찌개면'(50억원)보다 초기 반응이 좋다. 농심은 2015년 짜왕, 2016년 부대찌개면에 이어 올해 볶음너구리로 히트행진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농심은 최근 지난해 여름용으로 선보인 '드레싱누들'의 신제품 '프렌치 머스타드맛'도 내놓았다.

오뚜기는 이달 초 함흥냉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함흥비빔면을 새롭게 출시했다. 국내 라면 중 가장 얇은 1㎜면을 사용해 냉면 특유의 식감을 재현했다. 삼양식품도 올 2월 일찌감치 지난해 여름 한정판으로 내놨던 '쿨불닭볶음면'을 '쿨불닭비빔면'으로 바꿔 정식 출시했다. 삼양식품 측은 탄탄한 '불닭'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팔도 위주의 비빔면 시장 판도를 뒤흔들길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름 라면시장은 업계 4위인 팔도가 꽉 쥐고 있는 특이한 구조"라며 "점유율 1%가 아쉬운 농심이나 오뚜기의 경우 성장여력이 남은 여름 라면 시장에 공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