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은 왜 '초과 인플레이션'을 추구할까?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호황인지 불황인지를 알려면 코스피(KOSPI) 같은 주가지수를 보는 것이 가장 좋겠죠. 그 주가지수가 하루에 얼마나 올랐는지 떨어졌는지는 매일, 매 순간마다 시세판에 표시됩니다.

물가 역시 지수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말고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이 PCE물가를 기준지표로 삼습니다. 그 지수가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가 바로 물가상승률 또는 인플레이션입니다. 그리고 그 지수의 절대 수준은 위 그래프의 모양을 띱니다.


위 그래프는 지난 2008년 1월의 물가지수를 100으로 놓고 그 이후의 추세를 표시한 것입니다. 만약 그 이후로 물가가 연준이 목표한 대로 연 2%의 상승률을 꾸준히 유지했다면, 위 그래프의 빨간 점선을 따라갔을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119.5, 약 120이 되어 있었겠죠.

하지만 실제 추세는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목표선에 크게 못 미칩니다. 모든 품목을 다 넣어서 산출한 물가지수(원지수)는 114.6에 불과하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지수는 113.3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물가목표를 장기간 누적해서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채무자들에 미치는 피해가 대표적입니다.

어떤 사람이 지난 2008년 1월에 새 사업을 하기 위해 9년 만기로 돈을 빌렸다고 가정해 보죠. 당시 이 사람은 물가가 중앙은행의 약속대로 장기간 꾸준히 연 2%씩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돈을 빌렸을 것입니다. 당시 이자율도 그러한 가정하에 책정되었겠죠.


그런데 이 사람이 돈을 빌려 무엇인가를 샀는데, 그 가격이 당초 예상했던 것(약 120)에 크게 못 미치는 '114.6'인 채로 채무 만기가 도래했습니다. 이 사람이 달성한 실제 수익률은 9년 전에 적용했던 이자율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실질 채무부담이 증가했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된다면 빚을 내서 투자하려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중앙은행의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신뢰를 위해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계속 촉진하기 위해서, 물가가 아래로든 위로든 크게 오래 이탈하지 않도록, 약속한 대로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약속 이행은 단지 채무자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