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檢맞은 4개그룹…권력기관 사외이사 늘어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경영진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삼성과 SK, 롯데, CJ 등 4개 주요 그룹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법·금융당국, 정치권 전관 출신 사외이사 선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자 전문성을 띄고 기업의 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사외이사 제도가 전관예우와 대관(對官) 활동 수단에 그친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에 따르면 삼성과 SK, 롯데, CJ 그룹 계열사 54곳은 사외이사 162명 가운데 절반 가량인 78명을 새로 선임하거나 재선임했다.


감사를 포함한 신규선임 인원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이 기존 사외이사 30명 가운데 10명을 새로 선임했다. SK그룹이 48명 가운데 14명(29.2%), CJ그룹은 29명 가운데 6명(20.7%)의 새 사외이사를 맞았다. 삼성그룹은 가장 많은 55명의 사외이사를 두고도 9명(16.4)만 새로 선임해 재선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그룹 4곳의 올해 주주총회에서 통과한 신규 사외이사 선임안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 검찰·법원같은 사법기관,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등 권력기관 3곳 출신이 늘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사외이사 10명을 새로 선임했으나 감독기관·사법기관·정치권 출신은 0명이었다. 올해에는 사법기관 출신 1명, 정치권 출신 2명 등 전관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SK는 역시 지난해 한 명도 없던 전관출신 신규 사외이사를 감독기관 1명, 사법기관 2명, 정치권 1명 등 4명을 새로 선임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전관 사외이사는 지난해 5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았던 CJ그룹도 감독기관 출신 사외이사 2명을 새로 뽑았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임기를 다시 보장받은 사외이사를 포함해도 △삼성그룹이 24명 중 5명(20.8%) △SK그룹이 24명 중 6명(25%) △롯데그룹이 16명 중 2명(12.5%) △CJ그룹이 9명 중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4개 그룹 전체를 살펴보면 73명 중 16명, 21.9%가 권력기관 출신으로 집계됐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과 SK, 롯데, CJ 등 4개 그룹 주주총회의 특징은 신규사외이사 선임이 많은 것과 권력기관 출신이 늘었다는 점"이라며 "경영전략적 배경 외에도 대관업무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독립적인 입장에서의 조언과 견제기능 등 실질적인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며 "향후 기업의 주주가치를 개선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