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할인하지 말자" 롯데·신라면세점 담합 '덜미'

국내 면세점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롯데면세점(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디에프리테일)과 신라면세점(호텔신라 (57,100원 ▼500 -0.87%))이 담합을 통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오다 경쟁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을 통해 할인행사 기간에 마진율이 낮은 전자제품을 행사할인 대상에서 제외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8억15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2009년 8월쯤 영업담당자간 의사연락을 통해 담합을 모의했다.

이들은 모든 영업장에서 실시하는 '전관할인행사' 기간에 카메라, 전기면도기, 전기밥솥 등 전자제품에 한해 '행사할인'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VIP·쿠폰·제휴카드 등 '상시할인' 등은 유지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합의에 따라 2009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년9개월간 진행한 9차례 전관할인행사에서 전자제품 행사할인을 하지 않았다.

/이미지 제공=공정거래위원회

합의가 실행되자 전자제품의 전체 할인율은 담합 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롯데의 경우 담합 전 7.9~8.6%에 달하던 전자제품 전체 할인율이 담합기간에 5.8~7.3%로 뚝 떨어졌다. 담합이 끝나자 할인율은 다시 8.4~9.0%로 치솟았다.

신라면세점도 담합 전 최대 12.6%에 달하던 전체 할인율은 담합기간 중 최저 5.9%까지 떨어졌고 담합이 끝나자 다시 12.8%까지 뛰었다.

전자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선 행사할인을 받지 못해 담합 전 전관할인행사와 비교해 평균 1.8~2.9%포인트의 할인율을 손해 본 셈이다.

담합이 자행된 2010년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은 2조195억원의 매출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409억원이 전자제품 매출액이었다. 신라면세점은 매출 1조2134억원의 1.5%인 187억원을 전자제품 판매로 올렸다.

공정위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담합을 통해 부당으로 취득한 이득은 1년9개월간 총 8억46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이 도합 76.3%에 달하는 롯데면세점(48.6%)과 신라면세점(27.7%)이 담합에 나선 이유는 화장품, 의류 등 다른 상품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자제품군의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마진율은 판매가격에서 원가를 뺀 총이익률을 말한다.

실제로 2010년 롯데면세점의 마진율 현황을 보면 담합 대상이던 전자제품의 경우 마진율이 21.0~26.5%로 화장품(39.3~48.2%) 안경·선글라스(39.7~50.3%) 시계(30.1~38.8%)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신라면세점 역시 전자제품(15.9~25.9%)이 화장품·향수(39.9~46.0%) 의류·액세서리(29.2~44.7%) 시계·보석(27.4~41.3%) 등에 비해 마진율이 낮았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롯데면세점에 과징금 15억3600만원, 신라면세점에 2억7900만원을 부과했다.

유성욱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이번 담합 제재를 통해 면세점시장에서 전자제품 판매가격 경쟁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지속적으로 면세점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