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vs 박삼구, 서로 최후통첩…핵심은 '확약서'

KDB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서로에게 최후통첩을 하며 법정싸움 수순으로 가고 있다. 법정에서는 산은이 쓴 '확약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6,490원 ▲70 +1.09%)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날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삼구 회장에게 주주협의회(채권단) 결과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다음달 19일까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자금조달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못박았다. 다음달 19일까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겠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금호아시아나도 이날 산은에게 공개질의를 던지며 반격했다. 질문은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은 약정서상 컨소시엄 허용을 수락한다는 건가 △컨소시엄 허용하면 피소 가능성이 있어 불허한다고 했는데, 더블스타로 보낸 (컨소시엄 불가) 확약서를 취소한다는 건가 등 두 가지다.

금호아시아나 질의의 요점은 '산은의 주장대로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이라면 이는 산은이 애초에 컨소시엄이 불가하다고 쓴 확약서와 앞뒤가 안 맞다'라는 점을 파고 든 것이다. 서로 법정으로 가기 전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서 쟁점이 '확약서'다. 산은은 지난 1월 금호타이어 매각에 참여한 입찰자들에게 '박 회장이 컨소시엄 형태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써준 것으로 전해진다. 입찰에 참여한 관계자는 "산은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참여는 불가하다는 내용을 확인해줘 입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약정서에는 컨소시엄이 불가하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산은이 채권단에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단독으로 컨소시엄 불가 확약서를 입찰자들에게 써줬다"며 "이미 그때부터 매각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 측은 확약서를 써주기 이전부터 산은에 해당 내용에 대한 채권단 부의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입장을 바꾸기 힘든 SPA(주식매매계약) 체결 후에야 부의했다는 의견이다. 산은이 흥행을 위해 무리하게 매각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산은이 입찰자에게 써준 확약서를 박 회장 측에게 보내지 않고 있는 것도 쟁점이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채권단에 확약서를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산은이 제시한 우선매수권 행사기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매수권 행사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산은이 입찰자에게 제시한 매매조건을 명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확약서 등이 빠져있어 불완전한 상태라는 게 박 회장 측의 주장이다. 산은의 확약서가 입찰에 큰 영향을 준 만큼 핵심 매매조건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결국 양쪽의 입장차가 선명한 만큼 법적 대응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법무법인 광장을, 박 회장 측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세종을 자문사로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양측의 싸움이 로펌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