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치싱그룹 채무 위기…'기업 부채' 진짜 뇌관 터질까

중국 산둥성 빈저우시의 유력 기업인 치싱그룹이 지난 28일부터 채무 부담으로 전면 생산 중단에 나서며 기업 부채 위기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다. (사진은 빈저우시 소재 치싱그룹 전경)

중국 경제에 기업 부채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산둥성의 중견기업인 치싱그룹이 100억위안(1조6200억원) 규모의 채무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생산 중단에 나서며 그 여파가 다른 기업으로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7%를 넘는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30일 중국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산둥성 빈저우시의 치싱그룹은 채무 부담으로 지난 28일부터 전면 생산 중단에 들어갔고, 이 그룹의 채무 위기가 지급 보증을 선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치싱그룹은 알루미늄 강관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저우핑알루미늄유한공사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신소재와 금융, 부동산 관련 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자산은 176억위안(2조8512억원)으로 이중 기업 부채가 100억위안(1조6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싱그룹은 특히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79억위안의 부채를 갚을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적으로 치싱그룹의 보유 부동산 평가액은 14억위안에 그친다. 이 때문에 치싱그룹이 최종 부도 처리될 경우 치싱그룹에게 1억위안 이상 대출을 해준 33개 금융기관의 연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궈신증권은 치싱그룹에 7억3000만위안을 빌려준 최대 채권기관으로 후폭풍이 상당할 조짐이다.

치싱그룹 발 채무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치싱그룹의 채무 29억위안에 대해 지급 보증을 선 시왕그룹이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왕그룹은 역시 산둥성 빈저우시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감미료 기업으로 그룹 오너 간 친분이 남달라 채무 보증을 서준 것으로 알려졌다. 시왕그룹 주력 계열사인 시왕식품은 지난 29일 치싱그룹 발 여파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시왕그룹은 자체 자금을 조달해 치싱그룹 채무 보증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치싱그룹 자금난의 진짜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2014년 역시 지역 기업인 장싱그룹이 파산 처리되면서 빈저우시 일대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이 과정에서 기업 대출을 회수하는 움직임이 거셌다. 치싱그룹도 이때부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기업 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중국 기업 부채는 2008년 이후 연 평균 20%씩 급증하며 118조8000억위안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GDP 대비 2007년 96.8% 수준이던 기업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말 기준 167.6%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신속하게 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을 정도다.

한편 지난 29일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유가공업체 후이산데어리가 홍콩 증시에서 85% 주가가 급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후이산데어리는 미국 헤지펀드가 매출 조작과 채무 위기를 지적하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대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