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호칭…朴 영장심사 진행된 321호 법정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피의자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3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사상 첫 전직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같이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전담 판사들은 통상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을 '피의자 XXX(이름)'라고 호칭한다. 강 판사는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직접 이름을 부르는 것을 생략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호칭을 생략하고 바로 질문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강 판사는 심문 시작과 함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다'는 진술 거부권을 고지했다. 이어 이름과 직업, 주소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약 99㎡(약 30평) 크기의 서울법원종합청사 321호,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와 마주보는 곳에 자리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약 4m 쯤 떨어져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한웅재·이원석 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이 오른편에는 유영하·채명성 변호사가 앉았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33억 원대 뇌물죄 등의 혐의가 중대한 점 △증거인멸 우려 △다른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기업의 출연 행위를 뇌물 공여로 볼 수 없다", "사저에 연금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맞섰다. 강 판사는 심리 중간중간 직접 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사가 진행되는 법정 밖은 청와대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지켰다. 근처 법정의 소송 관계인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통행은 제한됐다. 영장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피의자의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정 내에 경찰관이 배치된다. 이번에는 정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때때로 법정 밖을 순찰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법원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다소 긴장한 듯 경직된 표정이었다. 위아래 짙은 감색 정장을 입은 그는 평소와 같은 올림머리를 했다. 포토라인에 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6분부터 2시 7분 사이 법정 옆 대기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시 13분쯤 경호원이 김밥이 든 도시락을 들고 법정으로 향했다. 심사는 오후 4시 20분부터 4시 35분까지 한 차례 더 휴정을 거쳐 오후 7시 10분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은 8시간 40분이라는 역대 최장시간의 영장심사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7시간 30분 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곧장 법원 바로 옆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했다. 법정에서 차량으로 이동할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검찰청사 내 10층 임시 유치시설에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