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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모든 권력은 패배자다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4.0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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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파트 앞 목련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다. 목련은 우아하고 품위 있는 꽃이지만 특히 꽃잎을 오므리고 있을 때가 절정이다. 작가 김훈의 지적처럼 이때의 목련은 우아하면서도 자의식에 가득 차 있고 도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목련이 질 때 모습은 지저분하고 참혹하고 남루하다. 모든 꽃이 질 때도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유독 목련은 심하다. 마치 끝까지 낙화를 거부하고 하루라도 더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대한민국 역사상 한때는 가장 우아하고 품위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년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이른 새벽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탄핵까지 당한 마당에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길 바라는 건 욕심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 같은 순교를 마지막까지 바랐다. 떨어져 죽을 때 동백꽃처럼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고 절정에서 스스로 목을 꺾기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동백꽃 같은 퇴장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시인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인가 싶다.

#젊은 시절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연애 초기엔 손만 잡아도 머릿결만 만져도 어깨만 감싸도 흥분하게 만들던 파트너가 어느 때부턴가 눈앞에 벌거벗고 누워 있어도 무덤덤하고 아무 감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시간 앞에서 모든 사랑은 패배자’란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시간 앞에서 모든 권력은 패배자’란 명제도 진실이다. 오죽했으면 공자는 ‘주역’을 해설하면서 최고 자리에 오른 황제를 빗대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했을까.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후회한다. 너무 높이 날아오른 이카루스가 태양열에 녹아 떨어진 것과 같은 이치다.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고 근심거리만 생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귀한 존재였지만 편히 쉴 곳이 없고 다스릴 국민도 없었다. 주변에 지지자들과 참모가 있었지만 누구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일을 망가트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물론 검찰 및 특검 조사,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 모두 제대로 대응한 게 없었다.

#감옥살이를 하다 보면 알 것이다. 행복이라는 게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시인이 노래했듯이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으면 행복하고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만 있어도 행복하다.’ 감옥에선 이 어느 것 하나 가능하지 않다. 집에 갈 수도 없고 마음대로 노래를 부를 수도 없다. 우리가 불행에 빠지는 것은 가족, 아이들, 맥주 한잔, 강아지 등 늘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공자는 항룡유회가 아닌 ‘군용무수’(群龍無首)를 강조했다. 용의 무리가 있으나 누구도 우두머리를 자처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일만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붓다가 49년을 설법하고도 나는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과 같다.

두드러지게 높은 곳엔 비바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머리는 부족한데 너무 큰 것을 도모하고 덕이 없는데 지위가 너무 높아지면 예외 없이 불행을 겪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고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그 길을 가고 있다. 단순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고 권력을 분산시키는 등의 노력만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홍준표든 유승민이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혹은 비난하고 혹은 동정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길을 4~5년 뒤 자신들도 똑같이 걸어갈 수도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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