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방탈출 하실래요"…진화하는 '회식' 문화

사진 왼쪽부터 방탈출카페, 스크린야구, VR(가상현실)게임. /사진=뉴스1·머니투데이DB

#깜깜한 방에 부장과 팀장, 선배 그리고 나. 추리에 할당된 시간은 60분. 카운트 다운에 모두 분주하다. 문제를 풀기 위해 부장까지 의견을 쏟아 낸다. 말도 안되는 의견은 묵살. 부장도 예외는 아니다. 경험자인 선배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방탈출 카페 회식)

#팀원별 점수 내기다.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모션 컨트롤러를 양손에 쥐니 어느새 낯선 장소에 서있다. 양손엔 손전등과 총. 사방에서 좀비들이 몰려온다. 컨트롤러를 눌러 뛰어오는 좀비를 향해 거침없이 총을 발사한다.(VR방 회식)

'회식=술', 옛말이다. 회식 문화가 '음주'에서 '놀이'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한동안 영화나 스포츠를 단체 관람하는 것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방탈출 게임(방안에 숨겨진 단서들을 이용해 제한시간 내 방을 탈출하는 게임), 스크린야구 등 다수가 즐길 수 있는 놀이가 회식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이 같은 회식 문화 변화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더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잡코리아가 직장인 4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회식문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61.4%의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그렇다(42.5%)'는 답변과 '매우 그렇다(36.6%)'는 답변이 1·2위를 차지했다.

'회사에 도입되길 바라는 회식'과 관련해 △공연·영화 등을 관람하는 문화 회식(46.1%) △맛집 투어 회식(25.2%) △당구·볼링 등 레포츠 회식(25.2%) 등을 꼽았다. 음주 등 강압에서 벗어나 스트레스 해소·유대감 형성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회식에 대한 직장인들의 생각이 다양화되면서 △방탈출게임 △스크린야구(골프) △볼링 △보드게임 △VR게임 △야구 등 스포츠 관람 △영화(공연) 관람 △맛집 투어 등의 회식도 늘고 있다.


5년차 직장인 김모씨(31)는 "신입사원때는 회식이 일상이었는데 매번 죽도록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다"며 "몸도 아픈 데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회식 문화가 바뀌는 추세인데 강압적 술자리를 벗어나 새로운 회식 문화를 찾고 있다"며 "꼰대(늙은이나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라는 이미지에 부담을 느끼고 젊은 세대에 맞추려는 부장·팀장 등이 늘어서 그런 듯 하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부장인 최모씨(50)는 "김영란법 이후 음주 회식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솔직히 꼰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최대한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며 "점심 회식을 하거나 요즘 인기있다는 재미있는 문화체험 등도 하면서 관심을 최대한 보이지만 아직은 낯선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회식 자체를 안하길 바라는 직원도 있겠지만 유대감 형성 차원에서 최소한의 회식은 필요하다"며 "이 같은 노력을 직원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