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분양단지도 대출퇴짜" 갈 곳없는 중소건설사 발동동

#수도권의 A아파트 건설사업장은 분양이 95% 이상 마무리됐지만 중도금대출을 해줄 은행을 구하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업을 맡은 중견건설사는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백방으로 대출 가능 은행을 찾고 있다.
　
입지가 좋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현장이지만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대출이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 2금융권과 지방은행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아파트 집단대출 ‘절벽’에서 허덕이고 있다.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시중은행을 대신해 건설사들의 대출수요를 흡수하는 완충지 역할을 해온 2금융권마저 몸을 사리기 시작한 때문이다.
　
중도금 납부일을 앞두고 집단대출 은행을 정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2금융권 대출마저 바늘구멍이 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실계약률이 90%를 넘어선 우수사업장마저 대출이 어렵자 당국이 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 중소·중견건설사의 경우 계약률이 100%에 육박하고 안정성을 갖춘 사업장임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신용도와 관계없이 분할대출을 요구하거나 높은 대출금리를 제시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수도권에 사업장을 둔 대형건설사도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을 통해 겨우 대출을 받는데 중소건설사 사정은 어떻겠느냐”며 “계약률이 낮거나 미분양이 많은 지역 사업장은 자칫 엎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건설사 관계자도 “시장이 과열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내 집을 마련하는 실수요자 위주인데 이제 와서 대출을 어렵게 하면 결국 서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금융권의 중도금대출 총액을 일별로 관리해 당분간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으로서는 적극적인 대출을 하고 싶어도 당국의 페널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별 대출 총액을 정해놓고 한도를 넘어서면 신용도가 아무리 좋아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며 “지난해 8·25대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90%만 보증하고 은행이 10% 리스크를 떠안도록 돼 있는 부분도 은행이 건설사 보증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한국주택협회는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등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완화해달라며 국회와 정부, 각 정당 대선캠프에 정책건의서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