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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봄'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소프트 랜딩]지표상 경기 회복에도 가계부채·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리스크 상존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4.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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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최근 수출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어두울 것으로만 예상했던 국내 경제에 긍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발표한 그린북 4월호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함에 따라 생산·투자의 개선흐름이 이어지고, 부진했던 소비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연초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화된 경기 판단을 내놓았다.

경제전망기관들도 지난 연말 내놓았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말 이미 2017년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1%에서 2.5%로 0.4%포인트 상향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작년 말 제시했던 2.4%에서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LG 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기관들도 조만간 상향 조정된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만 해도 비관론 일색이었던 경제 전망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된 데는 수출의 호실적이 주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489억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3.7% 증가했고, 지난 1분기 수출 실적을 종합하면 전년동기대비 14.9%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 수출 경기가 크게 개선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수출 외에 다른 경제지표들도 우려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이 전년동월대비 4.2% 증가했고, 설비투자 역시 전년동월대비 19.5%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3.2% 증가했고, 특히 경기에 민감한 승용차 등의 내구재 판매가 전년동월대비 7.5% 증가해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2% 상승해 2012년 6월(2.2%) 이후 거의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경기 회복세를 판단하는 의미있는 지표인 이유는 경기 회복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물가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국내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엔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불안한 것은 가계부채와 저출산·고령화 등이 내수 경기를 짓누르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344조원으로 전년대비 11.7%(141조원) 증가했으며, 특히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2010~2015년 기준 21.4%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2016년)를 토대로 한 분석에서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4분의3에 달하는 가구는 실제 소비지출과 저축을 줄인 것으로 나타나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국내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의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1.17명으로 2005년 1.08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686만명(13.3%)으로 14세 이하의 유소년 인구 675만명(13.1%)을 추월해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다.

이러한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경제 활력을 저하시키는 데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경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도 장기 저성장 내지 불황에 빠질 우려가 크다.

고용 상황도 아직 불안하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4.2%로 전월보다 개선됐으나 3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다. 청년실업률은 11.3%로 전월보다 낮아졌으나 역시 10%를 초과한 높은 수준이다.

최악의 상황이었던 전월에 비해서 고용 상황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고 자영업자만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올해 조선 및 해운 등 산업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고,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어 고용 불황은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어디 이뿐인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관광 및 대중 수출 업체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대중 수출이 7% 감소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60% 줄어들면 경제적 피해는 16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날로 수위를 높여가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간 무역 및 환율 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한미 FTA 재협상, 하드 브렉시트(Brexit) 등 다양한 글로벌 악재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은 우리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변수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수출과 경기 지표들이 살아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 겨우 석 달이 지났을 뿐이다. 지난 3월 14일 IMF(국제통화기금)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반면, 국내 경제성장률만 기존의 3.0%에서 2.6%로 0.4%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회복의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는 별개로 하방 리스크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표면의 물결이 잔잔해 보인다고 방심하다간 심층에 흐르는 거대한 흐름을 망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지금 몇몇 지표로 마치 경제가 조금 회복된 것처럼 흥분하기 보다 냉정한 자세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4월 12일 (14: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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