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08.46 826.91 1121.10
보합 0.52 보합 4.94 ▼2.1
09/19 16:00 코스피 기준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김화진칼럼]방황하는 대학에 새 모델 정립해야

기고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입력 : 2017.04.07 04:36|조회 : 8943
폰트크기
기사공유
[김화진칼럼]방황하는 대학에 새 모델 정립해야
대학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화여대처럼 ‘국정농단’이란 특수한 사건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고 총장을 임명하지 못한 몇몇 국·공립대학의 사례처럼 대학 운영에 정부가 특수한 역할을 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일부 대학은 제2캠퍼스, 분교 문제로 논란과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 서울대 문제는 서울대가 우리 고등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단순히 제2캠퍼스 문제로 보는 데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시흥캠퍼스 문제는 이미 학생이 대학운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총장 선출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포함한 대학 지배구조 문제로 확대됐고 대학의 기업화나 캠퍼스의 상업화 같은 현상이 더 이상 모종의 패러다임 정립 없이는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다.

현재 세계 대학들은 시장과 경쟁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의 영향 아래 있다. 토론토대 존스 교수의 지적처럼 신자유주의는 사회에서 대학이 수행하는 역할과 대학의 정체성을 크게 변화시켜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대학도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과를 창출하는 경제적 생산기능을 발휘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대학교육을 정량평가의 대상인 상품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은 예산절감, 발전기금 조성, 정부지원 유치, 교직원 구조조정, 학술연구의 상업화, 고용시장에 정합하는 교과목 개편과 학과 통폐합 같은 척박한 환경에 내몰렸다.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압력에 예민한 상태다.

그 결과 대학의 운영구조는 위계질서가 중시되는 기업 운영체계와 유사한 양상을 띠고 지배구조에 대한 발언권이 없는 강사, 비정규직원이 늘어난다. 운영책임을 맡은 총·학장은 기업 경영자들에게 적용되는 것과 비슷한 지표에 의해 역량이나 성과를 평가받으며 기업의 리그테이블을 본뜬 대학평가와 순위발표가 성행한다. 동시에 주식회사 주주권 강화와 종업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 요구 조류는 대학 지배구조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교육은 투자로 인식돼 교육이 공공재가 아닌 사유재산이란 인식을 가진 세대가 늘어나고 이들은 학부모가 돼 돌아온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치라는 가치도 자연스럽게 잠식된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이 달라진 현실에서 대학이 계몽사상과 자유주의로 대변되는 훔볼트형 고전 모델에 집착할 여유가 없다고 보면 신자유주의적 대학 모델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대학은 글로벌 지식경제 시대에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전파하는 낭만 없는 기능적 허브로의 변모를 계속할 것이다.

그러면 대학에 기업지배구조의 원리를 차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기업의 주인(주역)은 주주나 종업원, 채권자가 아닌 경영자들이란 이론에 의하면 대학의 주인은 총장을 중심으로 한 운영자들이고 새로운 대학 모델의 시현을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재량과 권한을 필요로 한다. 학생이 주역이던 중세 볼로냐대 모델이나 교수가 주역인 파리대 모델이 아닌 현대 영국의 고등교육법인 모델이 이에 맞는다. 그러나 왜 경영자가 기업의 주인인지를 설명하는 이론에 의하면 대학의 운영자들은 교수, 직원, 학생, 나아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를 대학의 운영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효율적인 작동을 항상 책임져야 한다. 주주와 고객,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우리가 대학에 부여해온 전통적 가치를 하루아침에 포기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와 사회 전체가 거대한 글로벌 조류의 일부인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모델에 맞는 지배구조를 정립해 대학이 속히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