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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 질문한 LG…바늘구멍 취업문에 1만명 몰려

한자문제는 '전화위복', 인·적성검사 전국 10개 고사장서 시행…논리형 인재 채용 원칙 이어져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입력 : 2017.04.09 15:16|조회 : 2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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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의 대졸신입사원 입사시험인 LG 인·적성검사가 치뤄진 지난 8일 응시자들이 서울 용산고등학교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LG그룹의 대졸신입사원 입사시험인 LG 인·적성검사가 치뤄진 지난 8일 응시자들이 서울 용산고등학교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토마스 홉스와 존 로크', '사회계약론', '존 롤스의 정의론(正義論)'….

LG그룹이 주말인 지난 8일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실시한 인·적성검사의 언어영역에서 국가의 역할과 관련된 이같은 문제가 나왔다. 17·18세기 근대국가론의 기틀을 닦은 두 철학자의 핵심이론에 대한 시험지 한쪽 분량의 지문을 제시하고 예시답안에서 일치하는 내용을 찾는 문제였다.

LG디스플레이에 지원해 서울 용산고에서 시험을 치른 강모씨(27)는 "3시간이 넘는 시험 중 가장 인상적인 문제였다"며 "문제를 푸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최근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처럼 이날 시험에서 기억에 남는 문제로 이 문항을 떠올린 응시자가 적잖았다. LG그룹이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국가와 사회, 개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기업 차원의 고민이 반영된 문제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하태경 당시 새누리당 의원(현 바른정당)이 "앞으로도 정부에서 돈을 내라고 하면 이런 자리에 나올 것인가"라고 묻자 "국회가 입법을 해 막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대목이기도 해 이번 시험문제를 연상케 했다. 한자 문제로 '전화위복'이 출제된 것을 두고도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험은 서울(6곳)·대전(1곳)·부산(2곳)·광주(1곳) 등 4개 도시 10개 고사장에서 3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다. LG전자 지원자 가운데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직무 등 일부 직군의 경우 직무지필까지 시험시간이 4시간을 넘었다.

용산고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생만 1000여명. 34개 교실에서 각각 30명 안팎이 시험을 치렀다. LG그룹은 구체적인 응시인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계열사별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1만여명이 전국 고사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험을 치른 LG그룹 계열사는 LG전자 (81,800원 상승2500 -3.0%)·LG화학 (375,500원 상승4000 -1.1%)·LG디스플레이 (30,500원 상승250 -0.8%)·LG이노텍 (152,000원 상승1500 1.0%)·LG하우시스 (88,900원 상승100 -0.1%)·LG상사 (27,350원 상승50 0.2%)·지투알 (10,900원 상승200 1.9%)·실리콘웍스 (45,000원 상승3050 -6.3%) 등 9개사다. 최근 LG그룹의 채용 추세를 감안하면 최종 합격까지 경쟁률은 5대 1 수준으로 추정된다.

직무수행 기본역량을 평가하는 적성검사에서 언어이해·언어추리·수리력·도형추리·도식추리·인문역량 등 6개 영역으로 구성된 총 467문항이, 직업 적합도를 확인하는 인성검사에서 총342문항이 출제됐다.

수리영역에선 수열이나 확률과 함께 자료해석 문제가 출제됐다. 서울여고 고사장을 찾은 한 응시자는 "100명 중 A·B·C 음료수를 각각 또는 두개씩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씩이고 세가지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일 때 세가지 음료수 모두를 싫어하는 사람을 구하라는 식의 수리 문제가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응시생들의 예상보다 어려웠다는 평가지만 암기형 인재보다 논리와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겠다는 LG그룹의 채용 원칙이 올해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인·적성검사 고사장을 찾은 응시생들의 표정에선 바늘구멍 취업문의 그늘도 엿보였다. 서류전형을 함께 통과한 지인들끼리 모여 예상문제를 얘기하거나 농담을 나누면서 긴장을 풀던 여느 시험장 풍경조차 보기 어려웠다. 고사장 문이 열리기 전에 도착한 몇몇 응시생은 인근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기출문제집을 최종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3%로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대기업 채용시장에선 삼성그룹이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그룹 공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체감하는 취업 한파가 더 큰 분위기다.

졸업을 벌써 2학기째 미뤘다는 한 대학생 응시자는 "요즘엔 서류전형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지만 서류통과 이후에도 한숨 돌린 새 없이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인·적성 검사를 통과한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전형을 실시하고 건강검진을 거쳐 오는 6월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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