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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부자의 빚, 빈자의 빚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7.04.10 05:26|조회 : 7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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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공공의 위험’처럼 여겨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는 한 가계부채의 총량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가계부채와 함께 가계자산도 같이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가구의 평균자산은 3억6187만원으로 전년보다 4.3% 많아졌다. 평균부채(6655만원)가 6.4% 증가했지만 평균자산규모는 평균부채의 5.4배다.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도 3.9% 늘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은 금융부채의 2배가 넘는다. 소득 기준으로 상위 40%인 5분위와 4분위가 보유한 가계부채가 70%에 달한다. 당장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부채의 증가속도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11.7%로 가팔라졌고, 그 결과 GDP 대비 부채비율이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 등 지표가 빠르게 악화됐다. 저금리에다 부동산을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 등과 같은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커져 이득을 본 쪽도 존재한다. 은행이 대표적이다.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 6곳의 당기순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전년(5조1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27.73%) 늘었다. 이익의 80%는 ‘대출’을 팔아서 만들었다. 예대마진은 줄었지만 주택대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실적이 좋아지니 주가도 올랐다. KB금융, 신한지주, 우리은행, 하나금융 등의 지난해 말 주가는 1년 전보다 15.3%~44.5% 가량 뛰었다. 우리은행을 빼면 배당금액도 상향했다. 금융지주사 3곳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소 65%이니 가계부채의 수혜자 리스트엔 외국인도 들어간다.

정부도 세수를 더 걷었다. 부동산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양도소득세를 15.4% 더 확보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든,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했든 간에, 부채를 레버리지 삼아 강남재건축 등에 투자해 자산을 늘린 가계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은행돈은 자산축적의 한 방편이었다. 물론 은행주식을 샀던 이들도 자산을 얼마간 불릴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그 반대편의 이들은 사정이 나빠졌을 개연성이 크다. 싼 이자에 기대 집을 사거나, 은행주식이라도 살 여력이 없었던 이들 말이다. 치솟는 전월세값을 감당하기 위해 빚을 더 냈거나 혹은 어렵사리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고 이자부담만 커진 이들은 더 힘들어졌다. 금리가 더 오르면 그만큼 형편은 더 어려워 진다. 이들에겐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기대할 수 없고,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경제규모가 축소되지 않는 한 가계부채 앞엔 ‘사상최대’란 수식어가 따라 다닐 것이다. 그러므로 가계부채 그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어떤 위치나 상황이냐에 따라 가계부채의 의미는 달리 다가올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영향도 어떻게 될 지 예단할 수 없다. 부동산의 단기부양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도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기에 집값이 오른 전례가 있으므로 그렇게 흘러 갈 수도 있다.

[광화문]부자의 빚, 빈자의 빚
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자산이 없거나 소득이 적은 이들의 부가 이자나 임대료의 형태로 은행 또는 부동산 자산가들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었고 이들이 떠 안고 있는 빚이 그들의 삶이나 한국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가계대출의 총량관리를 말하지만 정교한 정책 설계 없이 옥죈다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 했던 것 이상으로 경착륙이 생길 수 있고 ‘저신용자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정부가 성과를 내는 것과 민생이 나아지는 건 별개의 일임도 다시 확인될 것이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지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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