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기고]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법

기고 머니투데이 안근배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 |입력 : 2017.04.20 05:00
폰트크기
기사공유
기술발전은 일반인들이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세차장 업자들도 기술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파괴적 기술혁신의 시대에 최적화된 기업조직을 세우고 운영하는 법을 알려주는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세차업자들은 최근 10년간 매출이 절반이나 감소했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차량 대수나 세차업체 수에 큰 변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을 게을리해서 고객이 떠난 것도 아니었다. 한 기업인이 3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원인을 밝혀냈다. 기상당국의 일기예보가 정확해지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일기예보를 쉽게 접하게 된 운전자들이 세차를 미루면서 생긴 일이었다.

우리는 기술발전과 무관해 보이는 세차장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다. 꼼꼼한 조사가 없었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세차업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앉아서 당해야 했을 것이다. 원인은 알아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일기예보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업종을 전환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 신세는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세차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파괴적 혁신이 어느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좀처럼 알기 힘들다. 결국 정부나 연구기관, 대기업 같은 곳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길잡이가 돼주어야 할 텐데, 딱히 믿음은 가지 않는다.

국내에서 드론을 생산하는 A사가 갈팡질팡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회사는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 사업에 쉽사리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자금만으로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울뿐더러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기술을 개발해도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신기술 분야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제품 기획과 개발에서부터 인증, 마케팅, 판매까지 통합 관리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지원제도는 기존의 틀에 얽매여 기술개발에만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제도가 전통산업 영역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급속한 변화와 융합이 다반사인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우리 눈앞에 넘실거리는 지금, 정부와 지원기관은 융·복합 마인드의 확립과 과감한 실천을 위해 분야별로 쪼개진 행정조직을 개편하여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4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한 주요 요소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노동시장 유연성’과 ‘법률체제’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 실효성 있는 법률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출현으로 많은 법령이 새로 제정될 텐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령은 지원은커녕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기업인들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국가의 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기업가형 국가’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기업가형 국가’는 모든 법과 제도가 기업의 생산적·창의적 활동을 뒷받침하도록 설계되고 기업은 성장·고용·복지·분배 등 경제의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국가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는 경제·사회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자신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과학기술과 디지털화가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면서 한 말이다. 우리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세차업자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확실히 달라지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바탕으로 치밀한 준비와 과감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기고]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법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대선주자 NOW

실시간 뜨는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