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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숍 아냐?…24세 女 성인용품점에 가다

[성(性), 음란을 지우다]<2>女친화적 성인용품점 인기…20대부터 70대까지 "당당하게 즐거움 찾자"

머니투데이 이슈팀 한지연 기자, 이슈팀 남궁민 기자 |입력 : 2017.04.14 06:30|조회 : 4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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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몰래 보고 가슴졸이며 얘기하던 '성(性)'이 달라졌다. 청년들이 당당하고 유쾌하게 얘기하는 '섹스토크' 동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어두침침하던 성인용품 매장은 캐릭터용품숍처럼 예쁜 놀이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누드화가 그려진 가방을 둘러메고 누드 작품 전시장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젊은이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던 성 인식에 가해지는 균열을 3회에 걸쳐 짚어보고, 흐름의 선두에 선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플레져랩 매장 모습 /사진=플레져랩 제공
플레져랩 매장 모습 /사진=플레져랩 제공

시작부터 험난했다. 24년 인생, 여성으로서 첫 경험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복판에서 기자는 한참 헤맸다. 성인용품매장은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되지 않아 블로거들의 후기를 뒤진 끝에 매장에 도착했다.

매장 앞에 서자 심박동이 더 빨라졌다.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고리를 붙잡고 섰다. "괜찮아. 난 성인이잖아." 왠지 모를 두려움을 억누르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매장 문을 열었다. "여기 맞아?" 순간 어리둥절했다. 모던한 인테리어의 실내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편집숍 같았고 아기자기한 소품과 키 높은 테이블은 카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으슥한 골목길, 붉은 빛 어두운 조명에 낡은 선반 등 상상 속 이미지와 확연히 달랐다.

이날 찾은 '플레져랩'(Pleasure Lab)은 간호사와 기자 출신의 20대 여성 2명이 합심해 만든 여성 친화적 성인용품점이다. 2년 전 대학가 인근에 문을 연 1호점이 젊은층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이곳에 2호점을 열었다. 곽유라 플레져랩 대표는 "남성 중심의 성인용품숍들은 불쾌하고 무서워 들어가기 어렵다"며 "여성도 편하게 들러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밝고 안락한 분위기의 해외 성인용품점 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매장 인테리어 소품들. 곽 대표는 "섹스토이를 음란한 물건이 아니라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오브제(전시·감상의 대상이 되는 예술품·물체)로 전시하기 위해 간판부터 로고, 스티커까지 정성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밝은 색깔과 귀여운 모양의 성인용품들. 설명을 듣지 않고는 쉽게 용도를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남궁민 기자
밝은 색깔과 귀여운 모양의 성인용품들. 설명을 듣지 않고는 쉽게 용도를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남궁민 기자


화사한 인테리어에 넋을 잃고 난 뒤 자연스레 눈이 간 곳은 진열된 성인용품들. 알록달록한 색깔에 설명을 듣지 않고는 쉽게 용도가 떠오르지 않는 귀여운 장난감 같다. 용기를 내어 가장 눈에 띈 토끼모양 용품을 집어들었다. 버튼을 누르는 횟수에 따라 진동이 달라지는 게 조카의 놀이기구 같아 거부감이 사라졌다. 목걸이로 쓸 수도 있는 성인용품, 열쇠고리 모양의 딜도, 개구리 모양의 바이브레이터 등을 하나하나 켜보고 만져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간다.

/사진=남궁민 기자
/사진=남궁민 기자

오직 남녀커플의 사랑을 위한 용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색다른 시간을 위한 결박용품과 채찍 등이 '대놓고' 진열돼 있다. 호기심에 열심히 들여다보는 순간 20대 후반의 여성 손님이 기자가 보고 있던 상품을 향해 곧장 걸어왔다.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멀찍이 물러섰다. 손님은 직원의 설명을 잠시 듣더니 자연스럽게 결박용품 하나를 계산대로 가져갔다.

성인용품 이외에도 주사위, 책, 엽서 등 다양한 상품이 함께 진열돼 있다./사진=남궁민 기자
성인용품 이외에도 주사위, 책, 엽서 등 다양한 상품이 함께 진열돼 있다./사진=남궁민 기자

매장에는 성을 주제로 한 컵, 동화책, 주사위 장난감, 엽서도 함께 전시돼 있다. 마치 문구점이나 캐릭터숍, 서점에 온 기분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밝힌 대학생 김모씨(25)는 "여자친구와 함께 둘러본다"며 "편의점 오듯 필요한 게 있거나 재미있는 상품을 구경하러 오는데 특별한 날 서로 선물로 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종류의 콘돔 진열대./사진=남궁민 기자
다양한 종류의 콘돔 진열대./사진=남궁민 기자

매장을 자주 찾는 층은 성에 대해 개방적인 2030세대. 남자들만의 판타지만 있는 기존 성인용품점에 거부감이 큰 여성고객이 많다. 곽 대표는 "개장 당시 20~30대 여성 또는 연인이 많이 왔고 지금도 주 고객층은 비슷하지만 최근엔 40대부터 60~70대 고객들도 찾고 전화로 상담을 요청하는 노년층도 많다"고 말했다.

연령별로 목적도 다르다. 첫 경험을 하기 전 본인의 성감을 알아보고 싶다는 20대 여성부터 "평생 뭐가 좋은지 모르고 살았지만 이제라도 성적 즐거움을 찾고 싶다"며 방문한 70대 여성도 있다. 곽 대표는 "편리한 식사를 위해 숟가락을 쓰듯 인간은 항상 도구를 사용한다"며 "성인용품도 인간의 즐거움과 행복한 삶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려운 마음으로 묵직하게 열렸던 문이 나올 때는 가볍게 닫혔다. 손에는 남자친구에게 줄 귀여운 엉덩이 그림 엽서 한장이 들려 있었다.

☞관련기사 [성(性), 음란을 지우다]<1>"모두 즐섹합시다!"…억눌린 성(性), 터놓고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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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kv9sb44  | 2017.06.1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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