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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등산 좋아하나"이사님 질문에 진땀 난 김대리

등산, 달리기 등 상사와의 운동에 직장인들 불만…"사생활 존중, 사내 문화 개선 경영자 의지 필요"

머니투데이 이슈팀 심하늬 기자 |입력 : 2017.04.17 06:30|조회 : 2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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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등산 좋아하나"이사님 질문에 진땀 난 김대리



#30대 직장인 A씨는 주말마다 상사들과 산을 오른다. 산에서 내려와 막걸리를 한 잔 걸치면 주말 하루가 끝난다. 그는 사내 등산 동호회 부회장이다. 원해서 한 건 아니다. 회식자리에서 무심코 상사에게 말한 지리산 종주 경험이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주말을 되찾고 싶다.

#“자네 무슨 운동 좋아하나?” 사회 초년생 B씨는 상사에게 질문을 받자마자 친구들이 생각났다. 주말마다 사내 축구 모임, 자전거 동호회에 억지로 끌려 다니던 친구들의 모습. B씨는 기지를 발휘해 답했다. “저는 턱걸이 좋아합니다!” 위기는 넘겼지만 상사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취미까지 함께하려는 상사의 '다정함'에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운동 좋아하냐는 찰나의 질문에 질문의 의도는 무엇인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수백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 주말을 통째로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는 볕 좋은 봄을 맞아 상사가 주말에 함께 등산을 가거나 야외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는 직장인들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주말 산행에 가야하는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고민을 털어놓는 글들이다. 반강제적 산행임에도 회비를 걷는 회사도 있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들은 같은 고민을 공유하며 단체 채팅방에서 함께 ‘온라인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 주말에 산행을 가거나 운동을 하자는 상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주말에도 등산 등을 이유로 불러내는 회사 탓에 괴로움을 겪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사진=직장인 커뮤니티
주말에도 등산 등을 이유로 불러내는 회사 탓에 괴로움을 겪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사진=직장인 커뮤니티
주말 회사 모임을 피하기 위해 몇몇 직장인들은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사진=트위터
주말 회사 모임을 피하기 위해 몇몇 직장인들은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사진=트위터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시되면서 개인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친목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주말에도 직원을 불러내는 회사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여가 시간이 부족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겐 이중의 스트레스다. 강제로 사내 운동 동아리에 나가고 있는 3년차 직장인 권영훈씨(29)는 “가족보다 더 오래 보고 사는데 주말까지 회사 사람들과 보내려니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상사와의 운동은 ‘접대 아닌 접대’로 변질되기도 한다. 국내 한 기업은 접대를 막기 위해 골프를 전면 금지했지만 상사가 좋아하는 운동을 눈치껏 함께 하는 분위기는 남아있다. 이 기업에 다니다 퇴사한 윤영수씨(34·가명)는 "상사가 주말에도 만나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을 일할 때도 챙기는 분위기가 있어 주말 모임에 빠지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주말에도 비자발적으로 직장 사람들을 만나는 문화는 스트레스와 이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내 위계가 사생활까지 확장돼 개인을 구속하고 있다"며 "과거 세대는 이런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사생활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가 된다. 심하면 이직이나 퇴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개인의 인식 전환과 경영자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기업의 경영자가 이런 문제를 인지한다면 비자발적, 반강제적인 모임은 사내 규정 등으로 상당 부분 규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에 앞서 직원들이 상하 관계를 떠나 서로의 사생활과 취향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락팀 심하늬
모락팀 심하늬 cremoli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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