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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홍석현의 발란반정(撥亂反正)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4.17 03:31|조회 : 5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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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가 그렇다. 지혜롭다고 큰일을 하는 게 아니며 강하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지혜가 있어도, 아무리 강해도 여러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큰일을 하지도, 이기지도 못한다. 군자가 가마를 타려면 때를 만나야 한다. 때를 만나지 못하면 머리에 물건을 이고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이런 유가적 또는 도가적 인식에 철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대선출마나 정치참여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는 “그건 혼자 하는 게 아니며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홍석현 전 회장은 스스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돈도 명예도 남부러울 게 없다. 언론사 사주로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섹션신문 발행, 신문판형 변경, 일요판 창간에다 최근 디지털혁명에 대응한 여러 실험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혁신을 선도해왔다.

더욱이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공격을 받기는 하지만 편향되지 않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려는 보도들은 한국의 언론 현실을 감안하면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홍 전회장은 JTBC 보도 등으로 ‘최순실 사태’ 과정에서 누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나 조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스스로 고백했듯이 그에게는 큰 아픔이었다.

홍석현 전 회장은 지난달 퇴임하면서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과 중앙SUNDAY 인터뷰, 월드컬쳐오픈코리아 및 여러 강연, 그리고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 등에서 현 정국에 대한 인식과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탄핵정국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사회 최상위 1%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 게 소임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대타협만이 번영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홍 전회장은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는다. 차기정부는 통합정부 대연정의 형태로 운영돼야 하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상대를 적폐청산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수준이 낮은 사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특정 개인에게 반대해서 연대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소신을 밝힌다.

최근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도 확고하다. 한반도 위기가 6·25전쟁 이래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전제 아래 미국과 중국의 손에 우리의 운명이 달려 있는 것은 독립국으로서 엄청나게 자존심이 깎이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 같은 국난의 시기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겠다는 생각에 언론사 사주 자리에서 떠나 지식인으로서,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홍석현 전 회장은 이번이 12년 전 주미대사 때에 이어 두 번째 ‘가출’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의 ‘출사표’를 듣다 보면 ‘발란반정’(撥亂反正)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시대의 변란이 극에 이르러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난을 진압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보면 주나라 개국 때 강태공을 비롯해 한왕조의 장량, 삼국시대의 제갈량, 당나라의 위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도가적 인물로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는 큰 공을 세우고 명성을 얻은 뒤에는 미련 없이 물러나는 ‘공성명수신퇴 천지도’(功成名遂身退 天之道)를 실천했다는 점이다.

홍석현 전 회장은 용이 대인을 만나 하늘을 나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의 꿈을 이룰까. 아니면 비할 수 없는 가치와 능력을 지녔음에도 사그라지고 마는 ‘잠룡물용’(潛龍勿用)에 그칠까. 답은 천하를 도모하려거나 윗사람이 되겠다는 생각마저 버리는 ‘무사’(無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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