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촉발한 美 '야성적 충동'은 어디로?

미국 물가의 기저 흐름이 다시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 드렸죠. 그 배경에는 소비의 부진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수요가 강하지 않다면 물가가 오르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소비동향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지표가 바로 '소매판매'입니다. 각 업태의 소매점 매출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통해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경기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중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비 0.2% 감소했습니다. 시장 예상치(-0.1%)보다 감소폭이 약간 더 컸습니다. 게다가 0.1% 증가로 추산됐던 2월 수치는 0.3% 감소로 하향 수정되었습니다. 이중의 실망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줄어들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해 드렸듯이 미국의 3월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그 요인을 빼고 보더라도 미국의 소비는 계속 부진했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소비경기의 기저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소매 판매 지표를 압축적으로 재분류한 통계를 별도로 참고합니다. 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와 음식서비스를 제외한 분야의 증감 추세를 보는 것이죠. '근원' 소비자물가를 별도로 참고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그런데 핵심 소매판매라고 부르는 이 압축지표는 3월중 전월비 0.5% 증가했습니다. 소비의 기저 흐름은 표면상 비교적 양호하다는 의미겠죠. 다만, 전달 수치는 0.1% 증가에서 0.2% 감소로 제법 큰 폭으로 하향 수정되었다. 1분기 석 달간의 핵심 소매판매 증가 모멘텀은 여전히 제한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예측 모델은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3월 의사록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초 미국 경제지표의 모멘텀이 더욱 부진해진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 이른바 '계절조정 잔차'(residual seasonality)가 미국 통계당국의 보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표를 왜곡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실제 경제활동은 지표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더 활발함에도 계절조정의 잘못(통계기법상 오류)으로 인해 부진한 것처럼 측정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둘째, 미국 국세청이 탈세 근절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방 개인 소득세 환급을 미룬 데 따른 영향입니다.

이 두 가지 원인분석이 옳다면 4월 이후의 지표들은 상당한 수준의 반등(payback)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