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자산축소 세부안 수립에 '가속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수년간 4조5000억달러(약 5074조원)에 달하는 보유자산 감축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준은 빠르면 올해 말부터 만기도래하는 재무부채권과 주택담보증권의 재투자 중단을 통해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고, 최대 2조9000억달러까지 보유자산을 남겨둔 상태로 자산축소를 끝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연준이 올해부터 자산축소에 나설 예정이고, 이는 연준의 통화완화정책에 따른 저금리 자금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연준이 자산축소에 속도를 내는 배경은 우선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거대한 보유자산을 통한 지원사격이 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가 달가워하지 않는 거대한 보유자산은 연준에는 정치적 부담이다.

게다가 지금 자산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새롭게 들어설 연준 리더십에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유자산을 미리 줄여놓아야 위기상황 등 필요시 다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연준, 2차례 금리인상 후 자산축소 '스타트'=연준은 미국 경제가 연준의 전망과 일치해 성장세를 보인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만기도래한 재무부채권과 주택담보부증권을 새로운 증권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산축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과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3월14~15일 FOMC회의에서 자산축소 계획의 개요에 대한 합의에 거의 도달했다.

연준 관리들은 통화정책 관리에 있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주요한 수단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고 있다. 이는 자산축소를 시작하더라도 시장에 충격이 없이 자산축소 과정이 진행되길 바란다는 의미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2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2차례 금리를 인상한 후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보유자산 축소 계획에 따른 행동에 나서고 이후 다시 단기 금리인상의 정상적 실행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준, 2조~2.9조달러까지 축소 전망=연준이 보유자산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지도 시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연준의 보유자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9000억달러 이하였다. 하지만 장기금리를 내리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보유자산은 현재 4조50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연준은 장기 채권의 보유량을 줄임으로써 보유자산을 통한 경제에 대한 부양효과를 줄인 상태다. 장기만기채권은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연준의 장기채권 보유는 경기부양 효과를 갖는다. 투자자들이 다른 위험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주식과 회사채 등의 가치를 높여준다.

연준은 2013년말 7500억달러 규모의 7~10년 만기 재무부채권을 보유했다. 이 총액은 지난해말 2000억달러까지 떨어졌고, 올해말 1000억달러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자산축소를 끝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일정 정도 초과적인 지급준비금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그룹의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지급준비금을 최소화하기로 선택한다면 보유자산이 2조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고, 연준이 보다 높은 수준을 원한다면 2조90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점진적 자산축소로 긴축발작 방지=시장의 또 하나의 관심은 연준의 자산축소 속도다. 연준 관리들은 3월 회의에서 재무부채권과 주택담보증권을 동시에 줄이고 점차적으로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만기도래한 재무부채권과 주택담보증권에 대한 재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방안은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는 용이하지만 시장에 큰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연준이 보유한 재무부채권들의 대부분은 2018~2019년 만기가 도래한다.

점차적 보유자산 축소는 수년 걸린 자산축소 과정에 1년여의 시간을 더할 수 있지만 이는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 재발을 피하기 위한 작은 대가라는 게 연준 위원들의 판단이다.

연준이 2013년 자산매입프로그램을 끝내겠다고 시사하자 이머징시장의 주식과 채권이 급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혼란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