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프랑스 대선 D-4…경제지표가 먼저 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릴에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자 11명의 선거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다./ 사진=뉴스1

프랑스 대선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상위 4대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4%포인트 차이에 불과해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프랑스 대선 후보 중 극우와 극좌를 대표하는 인물이 상위권에 진입해 프랑스 금융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첫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린다. 2차에서 승부가 나는 게 보통인데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가 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늘 23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시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극우파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와 극좌파인 쟝 뤽 멜랑숑 좌파당 대표가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긴장감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각각 유럽연합(EU) 탈퇴, 자유무역 반대 등 반시장주의적인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재계와 시장은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당선되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시장의 긴장감은 이미 각종 지표에 드러나고 있다. 가장 먼저 프랑스 국채 수익률(금리)이 급등한 게 눈에 띈다. 프랑스 국채는 그동안 유럽에서 독일 국채와 함께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주 멜랑숑 후보가 지지율 19%로 마크롱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하자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와 만기가 같은 독일 국채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75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 2월 중순 르펜 대표가 급부상하면서 기록한 77bp 이후 최대치다. 프랑스 국채 가격이 하락해 수익률이 부쩍 올랐다는 말이다. 이는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우려로 프랑스 국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데이비드 오웬 제프리 유럽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프랑스 대선이 다가올수록 일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리스크가 이미 어느정도 시장가격에 반영됐다고 본다. 프랑스 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국채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저금리 자금을 조달해 프랑스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프랑스 은행 주가도 주목할만하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은행들이 보유한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커버드본드의 수익률이 국채 수익률을 밑도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는 보통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취약국에서 흔한 일로 투자자들이 정치 리스크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리스크 프리미엄이 은행까지 퍼지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프랑스 은행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덕분에 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지수는 최근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달러 강세 경계 발언으로 달러를 약세로 밀어붙이면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보다 엔화 대비 유로화 값을 더 주목하고 있다.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3월 중순 이후 6% 넘게 떨어져 엔/유로 환율이 116엔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르펜과 멜랑숑이 더 선전하면 유로화 투매가 가속화해 1차 투표 이후 엔화 대비 유로화 값이 최대 6%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이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 삼는 옵션시장 지표도 눈에 띈다. 노무라에 따르면 프랑스 외환시장 옵션거래에서 르펜의 승리 가능성은 약 15%로 평가됐다.

한편 지난 18일 프랑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소프리아-스테리아에 따르면 르펜 대표와 마크롱이 각각 지지율 22%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그 뒤는 공화당 후보인 피용 전 총리(21%)와 멜랑숑 대표(18%)가 이었다. 1위부터 4위까지 표차가 4%포인트밖에 나지 않아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층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오독사가 지난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유권자의 32%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는 다음달 7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