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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일하게 하라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입력 : 2017.04.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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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역대 7명의 본부장 중 가장 바쁜 인물로 기록될 것 같다. 그가 560조원의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느라 바빴다면 좋았을 것이다. 불행히도 취임 후 1년여 동안 그를 괴롭힌 것은 기금운용과 상관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취임 후 4개월 만에 강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 수장으로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했다. 국회 업무보고야 예정된 일정이라고 치자. 일이 손에 익을만한 지난해 10월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강 본부장은 더 바빠졌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후 지난 1월까지 석 달 동안 기금운용본부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와 업무보고, 국조특위 청문회와 업무보고 2회, 검찰 압수수색, 특검 압수수색 등이 이뤄졌다. 삼성물산 합병은 강 본부장 취임 이전에 이뤄진 일이지만 강 본부장은 여기저기 불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만난 강 본부장은 "투자 건에 대해 차분히 들여다보고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이럴 바에야 금융전문가를 본부장으로 뽑지 말고 매니지먼트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낫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문제도 그렇다.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은 채무조정안을 놓고 보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3900억원. 국내 채권 보유액 약 283조원의 0.14% 수준이다.

만일 국민연금이 본의 아니게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의 키를 쥐지 않았다면, 그리고 외국 기업의 회사채였다면 기금운용본부장과 실무진이 모두 매달려 고민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난 2월 기금운용본부가 전북 전주로 이전한 후에는 기금운용본부를 유치한 공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강 본부장을 불러 세워 사진찍기 바쁘다고 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강 본부장을 바쁘게 할 이벤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당장 5월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강 본부장 자리가 온전할 지 장담할 수 없다. 그것 뿐인가. 6월에는 감사원의 정기 감사를 받는다. 감사원 감사가 끝나면 하반기에는 다시 국회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

강 본부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이 모든 일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그는 임기만료를 3~4개월 정도 남겨두게 된다.

강 본부장의 임무는 투자계획을 짜고, 해외투자자를 만나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 기금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금운용을 통해 4.75%의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흔들리고 있는 국민연금이 올해 좋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 강 본부장의 임기는 10개월 남았다. 그 기간만이라도 강 본부장이 제대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주어진 임무와 상관없는 자리는 존재 의미가 없다. 금융전문가 강 본부장을 일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우보세]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일하게 하라

김명룡
김명룡 dragong@mt.co.kr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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