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强달러 전망…국내 기관도 환율 전망 수정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해 연말만 하더라도 다수의 국내외 투자기관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00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60원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원화가 달러화 대비 3~4% 가량 추가 절하될 것으로 본 것이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이 예견된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강달러 전망은 힘을 잃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원/달러 환율이 낮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조만간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1150원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 전망치인 1170원보다 약 20원 정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애초 달러화 강세에서 약세로 전망을 바꾼 셈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경기부양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올해 달러화 강세가 예상보다 제한될 것"이라며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지만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어 연내 2번 이상 올리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의회의 반대로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축소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더해 트럼프가 미국 기업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올해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란 시장의 관측도 달러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외환당국이 원화 강세시 미세조정 개입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환율 하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관계자들의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다만 지난해 연말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분석은 대체로 일치한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북한의 갈등 고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돼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이 컸지만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며 “5월 신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책과 최근 수출 회복세 등을 고려하면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이 크겠지만 여름 이후 트럼프노믹스가 가시화되면 강달러 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1100~1150원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하반기 1170~1190원대로 레벨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병화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올 하반기 미국 추가 금리인상,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이슈 등으로 달러화 강세 흐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