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 서나"…무늬만 '스탠딩' 토론에 유권자들 '실망'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참석한 대선후보자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대통령 후보 '스탠딩 토론'이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며 실망스러웠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9일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120분간 생방송된 KBS 주최 토론회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선후보 토론방식 사상 최초로 '스탠딩 토론'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스탠딩 토론은 모든 후보자가 토론이 진행되는 내내 원고 없이 서서 자유주제로 상호 토론하는 방식이다. 준비해온 원고를 보고 읽던 기존 대선 토론과 달리 스탠딩 토론을 진행하면 후보자간 좀 더 자유롭고 긴박한 공방이 진행돼 면밀한 정책 검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넘쳐나던 기대와 달리 결과는 초라했다. 스탠딩 토론을 지켜본 많은 유권자가 실망감을 쏟아냈다.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 공통질문을 제외한 90분간 주도권 없이 난상토론이 벌어졌는데 정책 검증이 아니라 후보자들간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난잡토론'이 됐다는 평이다.

유권자들은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고 후보자들을 면밀히 파악하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누리꾼들은 "물 건너온 스탠딩 토론, 귤이 되지 못하고 탱자가 됐다" "의자에서 일어난 것 말고는 차이점이 없다" "상의가 아닌 하의는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어도 될 뻔했다" "앉지 못하게 하는 것 말고는 뭐가 다르냐"는 등 스탠딩 토론이 말 그대로 서 있었을 뿐 날카로운 정책 검증 기회가 되지 못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애초에 1대1 토론에 적합한 스탠딩 토론을 무작정 들여온 것이 알맞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대선의 경우 양자 대결이었기 때문에 주도권 없는 토론으로 서로의 발언을 묻고 물으며 토론이 가능했다. 하지만 다자구도였던 우리나라 대선의 경우 후보들간 끼어들기가 되며 사회자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9분 발언 총량제라는데 문재인 후보는 정작 질문할 시간이 없네" "다 대 다 구도인 우리 대선에 무늬만 좋다고 양자 대결에 적합한 스탠딩 토론을 무작정 들여온 꼴" "5명 발언이 겹치기만 한 눈치싸움" "다 대 다 구도는 서로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공평히 나눠줘야 한다"며 스탠딩 토론이 다자구도인 우리 대선에 맞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후보들의 집중 질문 공세가 이어진 문 후보의 경우 답변하느라 시간을 사용해 정작 다른 후보에게 질문할 시간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첫 스탠딩 토론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이날 토론회는 26.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KBS1 TV가 생중계한 '2017 대선후보 초청 토론'의 시청률은 전국 26.4%, 수도권 25.6%로 나타났다. 시청점유율은 43%로 나타났다. 이 시간 TV를 켠 시청자의 절반 가까이가 대선후보 토론을 지켜봤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13일 SBS TV의 녹화 중계로 밤 10시부터 12시30분까지 방송된 대선후보 토론은 1부 11.6%, 2부 10.8%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