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美 기업 부채 금융시스템 위협"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기업 부채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확대 및 감세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IMF 흔들기가 한창인 가운데 IMF가 반격에 나선 셈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MF는 이날 낸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6개월 전에 비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채무 문제 등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미국 기업 자산의 4분의 1이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채무이자 지불능력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가장 취약해졌다는 진단도 내놨다.

IMF 추산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2010년 이후 부채를 7조8000억달러 늘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제로금리 기조 아래 대규모 양적완화(자산매입)를 통해 공급한 초저금리 자금 덕분이었다.

미국 기업 취약 자산 비율(단위: %)/자료=국제통화기금

문제는 미국 기업들이 손쉽게 저금리 자금을 얻어쓰다 보니 신용여건이 부쩍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IMF는 미국 기업 자산의 22%, 약 4조달러가 금리인상 등에 따른 차입비용 급증에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토비어스 에이드리언 IMF 금융안정 책임자는 "미국 기업 부문은 건강하지만 꼬리 부분엔 취약한 기업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미국 기업 자산의 10%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이미 현재 실적으로는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IMF는 취약한 기업들이 대개 에너지업종으로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에 고전해왔다고 지적했다.

IMF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부양, 감세정책이 기업 부문의 채무사정을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확대와 감세가 미국의 재정적자를 늘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면 FRB가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IMF는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5년 안에 1년 전 예상치보다 11%포인트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FRB가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면 달러 강세를 부추겨 신흥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디폴트에 취약한 신흥시장 채무가 23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IMF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확대와 감세정책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제 성장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제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이번 경고가 트럼프 행정부와 IMF의 갈등 속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향후 3년간 IMF와 세계은행 등에 대한 기여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미국 우선주의' 예산안을 공개하는 등 세계화 체제 아래 경제·금융 질서를 주도해온 국제기구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MF·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비관론으로 유명한 애덤 레릭 미국기업연구소(AEI) 방문연구원을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로 지명하기도 했다.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의 최대주주로 재무부 국제금융 차관보는 두 기구를 관할하는 자리다.

IMF는 중국의 채무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신용 증가세를 통제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며 중국 은행권 자산이 중국 GDP의 3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IMF는 중국에서 비은행 금융기관(그림자금융)을 통한 대출과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급증세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