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1분기 8.0% 절상, G20 중 3번째 강세

‘1207.7원→1118.4원’

지난해말 12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90원 가량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절상률은 8.0%로 같은 기간 G20(주요 20개국) 중 멕시코(10.7%), 러시아(9.5%)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달러 경계 발언과 맞물려 1분기 수출 호조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4분기 중 외환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말 원/달러 환율은 1118.4원으로 전분기말(1207.7원) 대비 89.3원 하락했다.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52.6원으로 지난해 4분기 1158.6원과 비교해 6.0원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3.8% 절상) 이후 2분기 만에 절상 흐름으로 바뀌었다.

전일대비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5.7원, 변동률은 0.49%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변동폭은 0.8원, 변동률은 0.06%포인트 확대됐다. 일중 변동폭(6.9원)과 변동률(0.59%)는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분기 G20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화 대비 평균 3.7% 절상(분기말 환율 기준)됐다. 지난해 4분기 4.9% 절하된 뒤 방향성이 바뀐 것이다.

원화 절상 폭은 평균 수준을 웃돌았다. 비교대상 국가 중 3번째로 높았다. 호주 달러화(6.0%), 일본 엔화(4.3%), 중국 위안화(0.8%) 등과 비교해 절상 폭이 컸다.

G20에서 1분기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절하된 국가는 헌법개정 문제로 정세가 불안한 터키(3.1% 절하) 뿐이었다.

원화가 다른 통화와 비교해 절상 폭이 컸던 이유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약달러 유도 발언으로 주요국 통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 흐름을 나타낸 가운데 국내 경제·금융 상황도 원화 강세에 영향을 줬다.

지난 1~3월 수출이 전년대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한 데다 3월 미국 금리인상 전후로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던 외국인 증권자금도 예상 외로 130억달러(주식 48억달러, 채권 82억달러) 유입됐다.

이에 더해 일각에선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외환당국의 달러 매입을 통한 미세조정이 어려워진 점도 원화 절상 폭이 확대된 원인으로 꼽는다.

원화 절상 영향으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방향성도 달라졌다.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치인 265억2000만달러 순매입이었던 NDF 거래는 올해 1분기 100억8000만달러 순매도로 전환됐다. NDF 순매도 규모는 2014년 2분기(161억달러) 이후 11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간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224억1000만달러로 전기(198억5000만달러)대비 2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상품별로 △외환스왑 105억1000만달러 △현물환 91억2000만달러 △기타파생상품 23억4000만달러 △선물환 4억4000만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의 선물환 거래규모는 367억달러로 전기(361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1분기 원/엔 환율은 평균 1013.9원, 원/위안 환율은 162.34원으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각각 4.6%, 0.8% 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