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유무역' 회귀?…"섣부른 판단은 일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커노샤에 있는 도구 제조업체 '스냅온'본사를 방문해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과 북한 도발 등에 개입하고,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철회하면서 미국이 고립주의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와 무역 정책이 앞으로도 '투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보호무역' 기조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일 미국 상무부에 철강 수입 제한 필요성에 대해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바로 증명됐다.

행정명령에는 미국 무역법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270일 내에 수입되는 철강 제품이 정해진 양에 맞게 들어오는지 또는 미국 안보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지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90일 내에 철강 제품 수입을 제한할지 또는 무역과 관련해 또 다른 조치를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연방정부 기관에 자신의 대선구호인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를 이행토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산 제품의 보호를 강화하고, H-1B 비자(외국인 전문직 취업비자)프로그램의 개정을 위한 평가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된 행보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 국민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WSJ와 방송매체 NBC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자유 무역이 미국에 손해를 입혔다고 생각한다. 7년 전인 2010년과 2017년 각각 52%와 53%를 기록했다.


전체 미국 국민이 자유무역에 대한 생각이 7년 후 변한 것과는 상반된다. 2010년 47%의 국민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이었지만 2017년에는 34%로 줄었다.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23%에서 43%로 늘었다.

'외교'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생각도 전체 미국 국민의 생각과 상반된다. '미국 국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52%를 차지했지만 공화당원들은 약 32% 만 찬성했다. '미국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는 의견에는 공화당원들 62%가 동의했다. 미국 국민 전체 중 40%만이 이에 동의해 큰 차이를 보였다.

공화당원들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힘의 외교를 지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의 '브로맨스'를 끝내고 선거 유세 기간 중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개발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등의 주장을 철회한 이유기도 하다.

그의 오른팔이었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배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넌은 "우리는 미국을 스스로 지키는 것을 거부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의 국경을 지켰다"고 말하며 사실상 고립주의를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의 자리는 전통적인 외교정책가들인 마이클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H.R 맥매스터가 대신하고 있다.

경제정책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부터 사업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보는 시각이 담겨있다. 뉴욕 사업가들은 당시 다른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통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가 대통령 경선 당시 불법 이민자들을 공격해 경쟁자들을 따돌린 것도 그의 기억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민자 정책이나 무역 정책에서 여전히 공약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기도 하다.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은 불법이민자들을 색출하기 시작했고,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의 무역정책에는 어느정도 동조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트럼프 정부와 공유하는 몇 안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을 맡았던 존 베로노는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정부와 다른 것은 '일방주의적인 무역 정책'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