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려면 술 마시고 등산해야?…'이색 면접'에 우는 청년들

술자리에서의 모습과 노래하는 모습 등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이색 면접이 취업준비생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사진=tvN 'SNL KOREA'의 음주면접 장면

#취업준비생 박주영씨(가명)는 지난해 다녀온 합숙 면접을 잊을 수 없다. 토론 면접을 마친 후 면접관이 갑자기 “몸이 찌뿌둥하지 않냐”며 운동을 하자고 한 것. 지원자끼리 팀을 나눠 피구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박씨는 침착하게 피구에 집중하려 했지만 "저 친구는 잘 모르겠네", "좀 둔한데" 등 면접관들의 대화 때문에 손짓 하나까지 평가받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기업이 정형화된 기준에서 벗어나겠다며 시행하는 이색 면접이 취업준비생(취준생)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회사의 특색에 맞는 인재를 뽑겠다며 등산, 피구, 음주, 노래부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입사원 채용 평가를 시행한다.


하지만 이색 면접은 준비도 어렵고 기존 면접에 비해 지원자에게 너무 많은 노력을 요구해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취준생 고모씨(29)는 “붙을지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일방적으로 너무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평가 기준도 모호해 이색 면접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서면 조사에서도 취업준비생들은 이색 면접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52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구직자 31%는 ‘기존의 평범한 면접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고 ‘색다른 면접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특히 운동, 음주 면접은 개인의 신체적 조건에 따라 차별적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윤모씨(32)는 “음주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며 “예전에 큰 병을 앓았기 때문에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데, 면접관에게 과거 병력을 얘기하기도 힘들어 술을 거의 못마신채 눈치보면서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윤 씨가 면접을 본 직무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일하는 데 지장이 없는 사무직이었다.

음주, 운동 면접 등 이색 면접은 직무 능력과 체력이 크게 상관 없는 직종에서도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다.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직무 능력과 큰 상관이<br> 없는 이색 면접에 많은 취업준비생이 불만을 갖는다/사진=트위터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색 면접을 보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직무능력과 크게 상관없는 면접은 취업준비생에게 부담만 준다고 지적한다.

국내 대기업 인사 담당자 출신 박현수 취업 컨설턴트는 “기존의 정형화된 면접 방식은 크게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직종·직무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이색 면접은 좋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직무능력과 무관한 운동, 음주 면접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 기업인 SPC는 관능 면접(미각을 평가하는 면접), 샘표는 요리 면접 등 직종과 밀접한 이색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박 컨설턴트는 “면접은 직무 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삼성의 창의성 면접(정해진 답 없이 상황을 주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면접)이나 일부 영업직에서 실시하는 세일즈 면접(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면접) 등이 좋은 사례로, 기업이 회사 인재 맞춤형 면접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