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공약집 만든 채이배, 2주간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채이배 국민의당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공약단장/사진=머니투데이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조만간 대선공약집을 낸다. 대략 400페이지가 넘는다고 한다. 안보 분야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전략 등 안 후보의 대국민 약속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공약집을 만드는데 있어서 키를 잡은 것은 국민의당 선대위 정책본부 공약단장 채이배 의원(사진)이다.


채 의원은 지난 2주간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가져다놓고 숙식을 해결했을 정도로 공약집을 만드는데 몰두했다. 당내 경선시절부터 지금까지 채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이 안 후보의 정책본부나 마찬가지였다는 뒷얘기도 있다. 정책본부의 이태흥 신현호 실장 등도 채의원을 도와 함께 고생했다. 채 의원은 "공약집뿐만 아니라 정책발표 등 일이 몰렸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이 끝나고 난 후에는 당의 정책위도 공약 생산에 합류했다. 안 후보가 당내 경선과정에서 발표해온 공약을 모아 가다듬고 당 정책위가 그간 생산해온 공약과 조율하는 작업도 진행해 왔다. 각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정책 관련 설문이나 인터뷰에 응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이 큰 힘이 됐다.

공약을 만드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복잡 미묘한 일이다. 캠프 자문교수단과 전문가들이 공약을 제안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교육)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안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외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도 이해관계자인 각종 단체와 협회, 정부, 국회의원 등도 캠프에 정책을 제안해온다. 정책본부는 이 가운데 실현 가능성과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지 여부 등을 따져 우선 순위를 부여한다. 공약서에 나온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권한 통제"라는 표현도 수사권 조정을 요구하는 경찰과 검찰 사이의 타협의 결과물이다.


안 후보는 꼼꼼히 공약 하나하나를 챙겨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발표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장에서 경쟁후보들은 한결같이 '남녀 동수 내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책팀 역시 이같은 내용의 공약을 전날 안 후보에게 전달했다.

안 후보는 그러나 이를 "내각내 여성의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에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몇명 안되는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할 경우 실현 가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행사 현장에서는 지켜질지도 모르는 "남녀 동수 내각" 공약 보다는 안 후보의 "OECD 수준" 공약이 더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채 의원은 "공약을 만들면서 실현 가능성을 항상 고민하고 있고 안 후보 역시 그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며 "정책본부에서 논의를 통해 공약을 만들어가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후보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후보에게 보고하고 결심을 받아 공약을 만든다"고 했다.